종자 사고로 광양 애호박 농가들은 타들어 가는데…

피해농민들, 농협중앙회 앞에서 진상조사 촉구 집회
농협종묘센터 합의 번복 … “현장 찾지도 않았다”

  • 입력 2015.07.05 18:36
  • 수정 2015.07.05 21:4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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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종자 사고로 수억원 대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책임소재를 가리지 못해 지역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특히 종자회사인 농협종묘센터가 진상규명과 피해농민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광양시 진상면 애호박 재배 농민들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종자 사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진상농협 원예작목회 소속 농민들은 농협애호박 모종사고에 관해 피해농가, 영산강프러그육묘장, 농협종묘센터 3자가 지난 5월 작성한 합의서 이행을 요구했다.

진상면 애호박 농가들은 지난해 여름 영산강프러그육묘장에 애호박 육묘를 신청하고 가을경 정식을 마쳤다. 애호박 성장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한 농가들은 그해 11월 육묘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농가와 육묘장이 각각 시료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대다수 농가가 신청했던 농협애호박 종자가 아닌 타 품종을 받은 걸로 드러났다. 이에 3자는 5월 6일 진상농협에서 종자사고 수습대책을 논의하고 국립종자원 유전자 검사에 육묘장이 보유한 애호박종자를 맡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농협종묘센터가 합의에 반발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 박성호씨는 지난해 비닐하우스 14개동에 애호박모종 4만주를 심었으나 폐작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박씨는 “유류비, 인건비가 드니까 손해가 억대를 넘더라”며 “지역엔 하우스를 팔고 농사를 접는 농가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26일에 찾은 박성호씨(진상면, 51)의 비닐하우스에선 기형으로 자란 애호박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박씨는 “자라는 모습을 보니 잎, 줄기, 열매 모두 농협애호박 종자와 달랐다”며 “유전자 검사로 종자사고를 안 뒤에도 증거물이니 계속 재배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농협 조합원으로서 농협종묘의 주인이니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현장을 찾지도 않았다”고 탄식했다.

하홍일 농업경영인 광양시연합회장은 “농협중앙회 집회를 마친 뒤 강호성 농협종묘센터 소장을 만났지만 농가가 농협애호박종자를 심은 근거를 대라며 끝내 (합의에)승복을 안하더라”고 난감해했다. 하 회장은 “농협종묘가 합의서 작성 뒤 법률 검토를 해보니 책임을 못 지겠다고 답했다. 종자산업법에 따르면 과태료만 물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종자산업법 56조는 미등재·미신고 품종명칭 사용, 종자 품질표시 미기재 혹은 거짓표시로 종자 판매 등에 해당하는 자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3자가 작성한 합의서는 애호박농가 피해액을 8억원으로 추정했다.

진통 끝에 국립종자원 유전자검사를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백순선 진상농협 원예작목회장은 “29일 애호박종자들이 국립종자원 유전자검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백 회장은 “농협종묘도 당일 국립종자원에 왔지만 검사 결과에 따른 손해배상에 합의를 못했다. 농가들은 검사 결과에 맞춰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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