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백신 고집하다 실패 자초

자체 감사로 업무태만 인정 … 공급 다변화 도모

  • 입력 2015.07.05 18:32
  • 수정 2015.07.05 18:3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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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정부 스스로 기존 백신만 고집하던 업무 태만과 소극적인 대응을 인정했다. 이에 뒤늦게나마 새 백신 공급과 검증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군에서 4개월 만에 구제역이 재발하자 농가 백신접종 소홀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백신접종에 소홀했던 돼지에서 발생하는 걸로 분석했으며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13일 직접 진천군을 방문해 농가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며 발생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법규 내에서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

▲ 지난 1월 5일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경북 안동시 구제역 상황실을 방문해 구제역 원인과 전파경로, 방역대책 등을 논의했다.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해를 넘겨도 구제역이 진정되지 않고 백신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이 장관은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 2월 구제역 및 AI 설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부에서 백신 효능에 문제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까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가장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고, 얼마 전 균주를 새로 추가한 백신도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3월 세계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가 통보한 구제역 백신주와 진천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매칭률(r1 값) 실험결과는 기존 백신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혔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 중인 구제역 O형 백신(O Manisa)의 상관성은 0.10~0.30으로 확인됐다. 상관성 수치가 0.3 이상이어야 백신으로서 효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백신은 사실상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었던 셈이다.

농식품부는 4월에야 구제역 상황이 진정되면 O 3039(진천 바이러스와 상관성 0.42~0.73)를 추가한 새 백신을 결정공급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또, 농가 과태료 부과 기준도 항체형성율 판별에서 수의사 접종확인서, 동영상 촬영, 공병 확인 등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음을 입증하면 인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전까지 농식품부는 항체 형성 돼지조차 구제역에 걸리는 사례가 발견돼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O Manisa 백신을 1순위로 권고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백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구제역은 전국을 강타했다.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구제역이 재발병한 때부터 2월 5일 O 3039를 포함한 새 백신을 긴급 수입하기 전까지 돼지 4만여두가 구제역에 감염됐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자체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구제역 백신 선정과 이용에 관한 검토 및 보고가 태만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감사 결과 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 기존 백신과 앞서 7월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간 매칭률이 0.3 미만이란 영국 퍼브라이트 보고서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 백신의 매칭률이 낮다는 사실을 농식품부에 보고해 대책을 마련토록 하지 않은 걸로 드러났다.

정부는 백신 공급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같은달 검역본부가 작성한 해외 구제역백신 사전검증 추진계획 보고에 의하면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등에서 자국내 구제역백신 공급을 희망했으며 이에 국내 분리주 백신개발과 별도로 해외 백신주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규 백신주에 대한 검정기준 마련 등 후속조치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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