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담합 과징금 773억원 ‘최소 수준’ 결정

농민들, 담합보다 담합 옹호에 더 분개

  • 입력 2015.07.05 09:3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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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축산농민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료업체 가격담합사건 조사 결과가 지난 2일 발표됐다. 과징금 규모는 최소 수준이지만 적어도 혐의는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한편 농민들은 업체들의 담합사실 자체와 별개로 이를 두둔하는 축산업계의 행태에 더욱 분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의 평균 인상·인하폭 및 적용시기를 담합한 혐의로 11개 사료업체에 총 773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가담 업체는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홀딩스, 팜스코, 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두산생물자원이다.

과징금은 담합으로 인한 수익 규모의 1~10% 범위 내에서 부과한다. 당초 여론이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최소 수준인 1%. 그나마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사료를 제외하고 자진신고 등을 참작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담합의 과정과 수법을 상세하게 설명, 사료업계의 고질적인 관행구조를 확실하게 밝혔다.

농민들이 더욱 분개하는 부분은 사료담합에 대응하는 일부 축산업계의 자세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와 농협축산경제(대표이사 이기수)를 제외한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 대한한돈협회장)가 지난달 초 ‘담합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 즉시 지역농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실무자들이 ‘성명서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답했던 한국낙농육우협회 역시 회장단 차원에서 성명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축단협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등은 공정위에 직접 선처까지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농가의 실망을 사고 있으며, 사료업체 담합을 두둔하는 기획보도를 한 바 있는 한 농업전문지는 최근 일부 축산단체 지역조직들로부터 불매운동을 수반한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이병규 축단협회장은 논란에 대해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봐야 한다. 사료업체에 과징금이 매겨지면 이는 모두 세금으로 날아가는 꼴이다.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사료값을 인하시켜 농가에 실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 농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김윤석 한돈협회 군위지부장은 “업체가 죗값을 치르는 것과 사료값을 낮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협회가 앞장서 면죄부를 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며 “협회가 사료업체와 논의해서 사료값을 낮춘 적도 없을 뿐더러, 낮춘다 하더라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담합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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