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딱 10년 후가 궁금해요

  • 입력 2015.07.05 09:30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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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일주일에 두 번, 마을회관에서 요가교실이 있습니다. 군보건소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니만큼 싹싹하고 성실한 요가선생님의 지도아래 매번 빠짐없이 진행됩니다. 제일 바쁜 철을 빼고는 꾸준히 진행되다보니 요가도 요가거니와 마을 사랑방 구실도 합니다. 누구 집에 송아지를 몇 마리나 낳았단다, 올해는 마늘농사가 재미있다, 누가 팔을 다쳤다는 등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요가를 하러 나오는 면면들이 평균 칠십 세가 넘습니다. 요가 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만은 요가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고령화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물귀나 돌볼 나이에 장정처럼 일을 하는가 하면, 칠팔십의 나이에도 품앗이를 다니십니다. 농업을 이어갈 새로운 후계세대의 영입 없이 전체적으로 농촌이 늙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귀농하는 젊은이들이 간혹 있지만 귀농하는 친구들은 전통적인 농업생산보다는 유통이나 판매 등 틈새시장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농사가 좀 힘듭니까? 농사일을 몸에 익히는 것만도 몇 년씩이 걸리니 요즘 젊은이들더러 칠팔십 세 어른들처럼 일하라 하면 엄두도 못 낼 것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의 농사는 여성농민의 손이 더 많이 갑니다. 대규모 수도작 농사 외에 과수, 원예, 축산 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농사에 여성농민들이 차고 일을 하면 더 야무지게 한다고들 누구나 말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축산농가가 외상사료 구매 약정할 때 남성 혼자보다 여성이 함께 관리할 경우 금액을 높게 책정한다하니 사료회사도 여성들의 알뜰함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직업으로 농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전무후무하다시피 합니다. 지금의 농촌 현실로는 젊은 여성을 유혹할 수도 없을뿐더러 기왕에 농사짓던 여성농민들도 뿌리내리고 살기가 어렵습니다. 애들 공부를 시키려 해도 유학비가 장난 아니지요. 생산비가 치솟고 소득은 불안정하고, 단순 반복되는 농사일에 여기저기 근골격 질환을 달고 삽니다.

20년 넘게 농사를 짓던 지기가 새삼스레 농사를 정리합니다. 농업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컸는데, 고추농사를 잘 지어놓고 의기양양해 하던 모습, 농업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지역농민들을 만나던 열정, 텃밭의 호박이나 오이 등을 나누던 정겨움을 뒤로한 채 이농을 한답니다. 슬그머니 농기계를 하나씩 정리해가는 모습이 애잔하기만 합니다. 우리들 중 또 누가 떠나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요. 하긴 떠나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애잔함은 떠나는 그 젊은 부부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들, 아니 농사짓는 나를 향한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채워지는 젊은이는 없고, 나이는 먹고…, 그러다보니 요가교실은 칠팔십 어르신들뿐입니다. 이러다가 딱 10년 후의 풍경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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