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반성했다고 끝이 아니다

폐쇄적 정책구조, 보상금 환급 문제 …
추가 논의거리 산적

  • 입력 2015.07.05 09:07
  • 수정 2015.11.08 00:0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식품부의 구제역 관련 자체감사는 그 동안 외면으로 일관했던 여론의 지적사항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방역정책 개선에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론에서 중점적으로 다뤄 온 내용 중 여전히 농식품부에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것이 자체감사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발생 원인 측면을 보면 농식품부는 여전히 2013년 중국 귀주성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 유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진천주 바이러스와 2010년 안동주 바이러스의 유전적 차이가 4년 동안 충분히 변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 안동주 백신과 진천주 바이러스의 매칭률이 100%에 임박한 점을 감안하면 진천주는 안동주가 변이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철저히 비공개적인 역학조사 끝에 명확한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해외 유입을 거론하다 흐지부지되는 원인규명 양상은 과거 수 차례 구제역이나 AI에서도 되풀이해온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폐쇄적인 행보는 역학조사 뿐만이 아니다. 백신의 중화항체가 실험정보를 비롯해 방역과 관련된 핵심정보들이 검역본부 내부에 머물러 있어 질병 발생 시 외부 학자들은 “전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정보 은폐는 심지어 검역본부와 농식품부 사이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감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백신 검정 과정에서의 무수한 허점은 김우남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의 관련자료 요청에 의해서야 뒤늦게 밝혀지게 됐으며, 방역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이러스 유전정보조차 지난 1월 중순 본지가 비공개 사유를 문의하기 전까지 국내에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됐더라면 정책이나 백신에 관한 발빠른 분석과 수정이 이뤄질 수 있었던 부분이다. 폐쇄적 방역은 ‘물백신’에 대한 반성 없는 고집으로 이어졌고, 결국 백신업체의 독점 구조와 민-관 유착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기에 이르렀다. 자체감사에서 백신업체 관리 미흡을 지적했지만 유착구조가 사실이라면 이것이 정책 실패의 핵심일 수 있는 만큼 좀더 세밀한 감사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평이다.

한편 바이러스 상존 가능성을 무시한 성과주의적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다. 구제역의 국내 유래 가능성과 맞물려 바이러스가 상존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성과를 위해 이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기 직전인 지난해 5월에도 도축장 출하검사에서 비구조단백질(NSP) 항체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

가장 민감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농가 과태료의 환급 문제다. 과태료 부과에 있어 항체형성률 기준이 부당하다고 스스로도 인정한 만큼 이미 거둬들인 과태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지난 2012년 일부 업체 구제역 백신의 항체형성률이 저조해 농가가 과태료를 환급받은 전례가 있어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총 793농가가 구제역 예방접종 미흡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항체형성률 기준 미달’ 사유가 595농가에 달했다. 황 의원은 “농식품부가 스스로 과실을 인정한 만큼 잘못된 기준에 의한 처분을 취소하고 과태료를 환급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