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중앙회장 직선제 실현 통해 농협의 정체성 회복해야

  • 입력 2015.07.03 13:36
  • 수정 2015.07.03 13:42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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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지난달 30일, 1,140곳의 지역 농·축협 중 305곳의 조합장들이 중앙회장 직선제 개정운동에 동참했다. ‘조합장모임 정명회’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협력하여 서명운동을 벌인 지 보름만이다. 1차 명단 공개에 이어 2차, 3차 명단 공개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합원 서명운동, 시민 서명운동을 모아 9월 정기국회 즈음 전국적으로 결집할 계획이다.

중앙회는 회원조합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한 연합조직이다. 그래서 회장을 뽑을 때 회원조합의 대표권자인 조합장들이 직접 선거권을 행사한다. 2009년 농협법 개정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당시 회장의 인사권·경영권을 제한하고 비상임화 할 때, 300명 이하 대의원총회로 회원총회를 갈음할 수 있게 하면서 선출방식도 아예 간선제로 바꿔버렸다.

일 년에 많아야 두세 차례 열리는데다 합병으로 줄어들 수도 있는 1,100여명의 조합장 총회를 300명 내의 대의원회로 갈음한 이유도 문제지만, 회장 선출만은 회원조합장 전체 직선으로 할 수 있는데도 굳이 4분의 1 대의원들에 의한 간선제를 택한 이유가 문제다.

최근 좋은농협운동본부는 신정훈 의원 대표발의를 통해 ‘중앙회장 직선제로 개정하되, 특히 조합원 총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의 직선제 개정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소관 상임위 일각에서는 2009년 당시 간선제 채택이 “회장의 권한 축소와 비상임화가 주된 이유였기 때문에 개정을 위해선 상임화는 물론 그만한 상황변화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견해는 이번 직선제 개정운동의 핵심을 외면하거나 대의원 간선제를 내세운 기득권의 이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권한 축소나 비상임화가 바로 간선제를 당연시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회(농협 전체)가 처한 주객관적 조건이 우선 고려돼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조합들에게 지배권이 있는 연합회 방식이 아닌,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체제에서는 우선 무엇보다 중앙회 자체가 회원조합들의 연합조직이어야 한다. 또한 지주회사 이사회의 절대적 지배권을 회원조합들이 가져야 한다. 현재 조합원 농민 처지에서 보면, 이 모든 것을 단박에 개정해서 정상화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우선 중앙회장이라도 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직선 회장을 세워, 회원조합장들이 중심이 되는 이사회 지배구조를 제대로 구축하고, 지주회사 개혁과 중앙회 정상화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즉, 중앙회와 각 지주회사를 회원조합(조합원)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상임이냐 비상임이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합단위든 연합단위든 그 수장이 비상임 무보수 명예직일지라도 직선제 회장이어야만 하는 주객관적 정세의 형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현행 간선제와 직선제 사이에는 근본적인 진단과 문제제기의 관점이 다르다.

회원의 공동이익 증진과 무관하고, 되레 공동이익을 저해하는, 자체사업 확장과 자체조직 보존·확대에 여념 없는 중앙회와 지주회사가 우리 회원조합·조합원들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회원조합, 곧 조합원 농민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하는 중앙회를 바로 세울 중앙회장이 선출돼야 한다. 그리고 1,140명 조합장들이 직접 선거권을 행사하되, 개인의 임의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조합원 총의를 대표하는 방식(조합원 총투표, 대의원회 투표, 이사회 투표 등)을 조합 자율로 선택해, 말 그대로 ‘조합의 총의를 대표하는 조합의 대표권자’로서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중앙회장 직선제를 실현해야 한다.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 이후, 현 중앙회가 회원조합의 것으로 돌려지고 있는가. 회원조합 공동이익 증진에 복무하는 연합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있는가. 중앙회장 직선제 개정운동의 출발점이자 목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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