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산물 가격에 대한 무책임한 언론 보도

  • 입력 2015.06.21 02:0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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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에 무책임한 언론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농산물 가격에 대해 주요 언론들은 농산물의 특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고 가장 단순한 수치로 지난해 가격과 비교해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아 왔다.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농산물가격 폭등’이라고 대서특필해 마치 농민들이 폭리를 취하는 듯 보도한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농산물가격을 하락시키는 패턴을 반복하게 했다.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 보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간 가뭄으로 농작물이 작황이 좋지 않아 겨우 예년 수준의 가격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인데 주요 언론들은 농산물가격 폭등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양파 값은 작년보다 73% 올랐’고, ‘배추 값은 176% 인상’되어 밥상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소식을 다수 언론이 앞을 다퉈 보도하고 있다. 수치만 보면 가격 폭등 규모는 살인적이다. 당장 수입이라도 해 와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폭등세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자의적 보도로, 농민들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자의적일 뿐 아니라 왜곡 수준이 정도를 넘어섰다.

작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3년 이상 폭락했다. 농민들은 ‘땅에서 나는 것 중에 돈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탄식할 지경이었다. 올해 들어선 긴 가뭄으로 흉작이 됐고 수확물량이 급감하니 겨우 예년 가격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농산물 가격 바닥시세는 고려하지 않고 작년대비 폭등했다고 보도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왜곡 보도의 전형이다. 해당 언론의 자성을 촉구한다.

올해 농민들은 예년보다 더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논바닥마저 갈라지는 최악의 가뭄에 수확량은 급감하고, 또한 정부의 메르스 방역 실패로 농산물 소비감소와 성수기인 체험농장은 휴업사태를 맞고 있다.

국민들의 안정적인 먹거리 문제라는 큰 틀에서 언론의 역할이란 현실을 외면하고 수치만 논하는 기사 경쟁이 아니라 수년째 소득에 목말라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돕는 길 아닌가.

아울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한다. 농업에 대한 언론의 무책임한 난도질에 왜 침묵하고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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