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토종씨앗] 버릴 것 하나 없이 알찬 토종, 방망이수수

  • 입력 2015.06.21 02:02
  • 수정 2015.06.21 02:03
  • 기자명 고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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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망이수수

▲ 고갑연(경북 안동시 임하면)
마산 바닷가 처녀가 경북 안동으로 시집와서 시어른께 농사라는 것을 처음 배웠다. 수수와 다래기 풀도 구별하지 못하던 마산새댁은 밭을 매면서 수수를 뽑아버리고 다래기 풀을 세워두기도 했고, 밭일이 너무 힘들어 시어른께 밭을 버리고, 밭 농사를 짓지 말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다. 2013년부터 언니네텃밭 장터 토종씨앗사업단에 앉을양대, 수수, 쥐눈이콩, 팥을 계약재배하고 있으며 밤콩, 검은동부, 조선배추, 토종오이, 옥수수 등 소량다품종으로 토종농사를 짓고 있다.

그 중에 나이가 제일 많은 수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방망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방망이수수로 불리는 붉은찰수수는 시어른들로부터 물려받아 37년째 심어오고 있다. 6월 20일경 파종해 9월 말경에 수확하는데, 알이 여물어가는 9월이면 참새들이 운동회를 하는지 수수밭으로 몰려든다. 양파 망으로 씌우기도 하고, 깡통에 돌멩이를 넣어 소리 나게도 해 보지만 참새한테 이길 재간은 없었다. 고심 끝에 두 번 김매고 난 뒤 그물망으로 덮어주었는데 수수는 그물망을 들고 쑥쑥 자랐다. 참새는 바깥쪽 수수만 먹고 안쪽 수수를 남겨두었다.

방망이수수는 붉은색을 띠며 찰기가 있다. 수수 뿌리는 신경통에 사용하고 알곡은 곡식으로, 알곡을 뺀 수숫대는 빗자루를 만들어 쓴다. 이렇듯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수수는 3,000년 전부터 재배되었던 곡식으로 쌀, 보리, 콩, 조와 함께 오곡으로 꼽힐 정도로 몸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잡귀를 쫓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위해 아이 돌상에 수수떡을 올릴 만큼 복되고 귀한 곡물이다.

우리 땅에 자리 잡은 토종종자는 오랜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면서 농민들과 함께 이 땅을 지키며 우리 인간과 동거동락 생존을 함께하는 우리의 친구이자 벗이며 생명이라 할 수 있겠다. 올 가을, 가을비가 추적추적 와 쌀쌀한 날이면 기름에 지진 수수부꾸미에 수수차 한잔 나누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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