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축육종 기반 조성, 충분한 지원 수반돼야”

서옥석 GSP 종축사업단장

  • 입력 2015.06.21 01:45
  • 수정 2015.06.21 01: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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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밀려오는 수입 농산물의 공세 속에서 농업을 이어가는 농민들의 일상은 하나하나가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다. 그런데 한편에는 그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이 있다. 양돈·양계 분야 종자주권 회복을 위해 땀흘리고 있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 종축사업단은, 단순한 품종 개량이 아닌 국내 육종체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육종사업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GSP 여러 사업단 가운데 유난히 빠듯한 예산에 허덕이면서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종축사업단의 서옥석 단장을 만나봤다.

▲ 서옥석 GSP 종축사업단장
벌써 햇수로 3년째 힘든 일을 떠맡고 있다. 먼저 가축종자 국산화의 의미에 대해 묻고 싶다.
축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돼지와 닭의 연간 생산액 규모는 7조1,800억원에 달하는데 그 시장이 종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2년 정도만 해외로부터 종자 공급을 못 받으면 산업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최근 종자 수출 기업들이 소유권을 강화해 필요한 시기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지 않는데다 생산한 후대 정보, 국내 시장 및 정책 정보까지 제공해 줘야 다음 종자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우리 축산업이 그들의 육종시험장 개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 신종 질병 유입이나 우리 식문화에 적합한 축산물 형질 문제 등 가축종자 수입 의존 구조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2년여의 기간 동안 종축사업단은 어떤 활동을 전개해 왔나.
육종소재 집단화에 주력했다. 1세대 원원종으로부터 2세대 원원종을 100% 자급하고 원종을 공급했다. 사업에 참여한 7개 기업이 수입 없는 완전한 육종 새집단을 구축했다. 내년 봄 즈음이면 실용계가, 내년 추석 즈음이면 실용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개량과 더불어 육종집단 규모를 계속 키워 나가야 한다.

GSP 이전에 우리 육종산업에 한계가 있었던 이유는 뭔가.
그 동안엔 외국 기업의 종자권 행사가 느슨해 종자를 수입해 쓰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었다. 자연히 국내 육종학 기반은 무너졌고 일선 기업들은 육종집단과 평가기준이 모두 제각각인 상태로 50년을 이어 왔다. 기존 육종 연구들은 이런 토대에서 개량 부분에만 치중해 실패한 건 하나도 없음에도 상황은 조금도 개선된 게 없다. 나도 과거 가금 종자개발을 수행하던 당시 국지적인 부분에만 몰두하며 그게 육종의 본질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지금 와선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가닥이 잡힌 상태다. 형질 개량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으로 국내 육종정보를 한 잣대로 서열화시켜 GSP가 끝난 이후에도 자생적인 육종체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부족한 예산이다. 당초 1년에 50억원 이상의 예산을 예상했다. 연간 115억원의 사업비가 드는데, 50억원 정도면 민간기업과 50대50 수준으로 비용을 분담해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첫 해 예산이 30억원으로 깎여 나왔다. 미치겠더라. 그나마 40억원으로 재조정해 3년째 40억원이 배정되고 있는데, 사업을 정상 추진하기 힘든 수준이다. 연간 생산액 규모 500억원짜리 파프리카와 5조원짜리 돼지의 GSP 사업예산이 똑같은 셈이다. 매년 이렇게 예산으로 씨름할 바에야 차라리 종축사업단만큼은 GSP가 아닌 일반사업으로 돌리자는 건의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전망은.
육종기반 구축에 힘쓰다 보니 논문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중간평가에서 좋은 평을 못 받고 있다. 1단계가 끝나는 2017년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 ‘잘 했다’는 칭찬을 꼭 받고 싶다. 충분히 가능하고 자신도 있다. 어쨌든 이 시대에 GSP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도록 사업을 수행할 생각이다. 다만 예산 문제로 자동차를 만들고도 바퀴 하나를 못 만들어 굴리지 못할 상황이 올까 그게 가장 두렵다. 여론에서도 우리 GSP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터놓고 해본 것,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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