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만’의 책임이 결코 아니다

  • 입력 2015.06.19 10:16
  • 수정 2015.06.19 10:30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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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부분의 밭은 물빠짐이 좋은 화산토로 이뤄져 있다. 물빠짐이 좋은 토양은 밭작물을 심을 때 두둑을 높게 만들 필요가 없다. 이같은 특성에 따라 일본 농기계 역시 낮은 두둑을 기준으로 만들어 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논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물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두둑을 높게 만든다. 이웃나라이지만 농업 환경은 무척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산 농기계들은 국내 농업 환경에 맞게 보완돼 들어오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성능이 좋은 일본산 농기계를 구입하지만,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농민 스스로가 농작업 환경에 맞춰 농기계를 개조한다.

그래서일까. 농기계 업체 역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충남 공주에서 일본산 채소자동이식기를 구입한 농민이 해당 농기계가 농작업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돌아오는 대답이 “농기계를 땅에 맞춰야지, 땅에 농기계를 맞추면 되겠느냐”였단다.

농기계를 땅에 맞추는 것은 농기계 제조업체의 몫 아니던가. 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가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더니….”

국내에 진출한 외국 업체가 국내 친화적으로 농기계를 보완하지 않고 들여온 부분에 일차적 책임을 묻고 싶다.

이제 불똥은 농기계 실용화 검정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 튄다. 국내 농업환경에 맞지 않게 제작된 농기계를 인증해줬다는 ‘죄목’이다.

그러나 검정기관도 할 말이 있었다. 농기계 검정은 신청자, 즉 농기계 업체가 제공하는 포장에서 검정을 하게 돼 있으며, 농기계 안전성을 포함한 농기계 자체에 대한 검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낮은 두둑에 맞춰 제작된 수입 농기계가 두둑이 높은 국내 농작업 환경에 맞지 않을 수밖에.

사실 시간상, 비용상으로도 다양한 농작업 조건에 맞춰 검정을 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수입 농기계라도 예외를 뒀어야 하지 않나.

모두가 농기계 구입자이자 실사용자인 농민에게 책임을 물었다. 섭섭하게도,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본인 농작업 환경에 맞지 않은 농기계를 구입한 농민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농업환경에 따라 농기계를 보완하지 않고 들여온 수입 업체, 국내 농업환경과 상관없이 업체가 제공한 포장에서 인증해준 검정기관. 과연 이들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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