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순유통’이 주는 교훈

  • 입력 2015.06.12 17:5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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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농민들과 생산자단체, 군 예산 그리고 지역 농축협의 출자를 합쳐 자본금 80억원으로 화순농특산물유통이 설립됐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농업정책인 1시군 1유통회사 설립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유통회사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식품부 장관인 정운천 장관은 시군에 100억원 규모의 유통회사를 설립하면 지역농산물 유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유통회사 설립을 독려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만들어진 화순유통은 지금 자본금을 다 털어먹고 파산 직전에 있다.

화순유통은 2012년 쌀 사기 사건으로 57억원을 날렸고 임직원들의 부정과 비리 횡령으로 자본금이 잠식된 상태다. 당시 화순군의원의 말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초대 농식품부 장관인 정운천의 천박한 장사꾼 논리가 만든 참사”다.

화순유통은 2012년 쌀 사기사건 이후 사실상 가동이 중단돼 군의 예산으로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세농민들이 당시 군청의 강제할당에 의해 출자한 출자금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점이며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순유통의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단 화순유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당시 설립된 대부분의 유통회사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다수의 농민들이 우려했던 바고 예상했던 문제다.

농산물 유통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민간에서는 수익을 중심으로 자본의 논리로 사업체를 운영하지만 공공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더구나 전문성도 부족하고 책임감도 없는 낙하산 임직원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또한 유통이라는 것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속성이 있다 보니 기관에서 운영하는 회사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 때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사례를 보더라도 설립 취지와 달리 농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은커녕 날이 갈수록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입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농산물 유통의 문제로 호도해 만들어지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농산물유통회사는 증명하고 있다.

화순유통 사례는 크게 하면 크게 망하고 정부 말을 들으면 무조건 망한다는 농민들의 속설이 또 한 번 증명된 것이다. 새 틀에서 농업의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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