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민이 노력한 만큼만 수익 낼 수 있었으면”

충남 아산 양돈농민 정성조씨

  • 입력 2015.06.12 17:31
  • 수정 2015.06.12 17: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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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정성조(69)씨는 양돈농민이다. 1997년부터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서 돈사를 꾸리고 있다. 번식모돈이 550두, 상시두수는 2,500두로 번식돈만 전문으로 사육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구제역(FMD)으로 자돈을 전수 매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돈가가 이례적인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지금, 그간의 곡절을 고스란히 겪어 온 지극히 평범한 양돈농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정성조씨의 입을 통해 양돈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본다.

▲ 정성조 충남 아산 양돈농민
난해부터 돈가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양돈농민들이 주위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다.
가격은 많이 좋아졌다. 6월 첫 주 비육돈 가격이 kg당 6,285원이다. 자돈의 경우 이 가격에 32~33이라는 계수를 곱하고 기준체중 28kg보다 무거울 경우 최대 1만원까지 가산을 한다. 두당 20만원이 훌쩍 넘는 셈이다. 한창 안좋을 때 두당 1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던 걸 생각하면 많이 올라왔다.

2013년까지 기나긴 폭락을 헤쳐 나온 터라 지금의 호황이 더 반가울 것도 같다.
당시 비육돈이 두당 10만원씩이나 적자가 나고 폐업하는 농가도 속출했다. 그땐 정말 재미가 없더라. 가격도 계속 생산비 이하로 나올 뿐 아니라, 유통업체와 자돈 공급계약을 했음에도 업체가 자돈을 수용할 비육농가를 확보하지 못해 출하 자체가 곤란했다. 모든 양돈농가가 그랬듯 빚도 많이 졌다. 지금은 FMD만 아니었으면 그 빚을 모두 탕감하고도 남았을 만큼 상황이 좋은데, FMD를 치르고 지난주에야 출하를 재개했다.

FMD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과오로 농가가 억울한 부분이 많았는데.
FMD에 관해선 꼭 한 마디 하고 싶었다. 항체형성률이 89%나 나온데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양성이 나왔다. 이걸 어디다 하소연 해야 하나. 정부도 백신이 듣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책임을 지지 않으려 쉬쉬한 것이다. 잘못된 걸 인정하고 바로잡지 않고서 과실을 덮기 위해 또 과실을 저지른다. FMD 방역대책은 잘못된 점이 많다. 무엇보다 농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가서 문제가 생겼는데 농민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

최근 업계에서 돈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높은 가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2011년 FMD 이후 일시적으로 돈가가 상승했을 때 FMD 청정지역이었던 호남지역 농가들이 오히려 큰 타격을 입었다. 들어오는 수익을 빚 탕감과 돈사 확장에 소진한 뒤 바로 폭락 사태를 맞은 것이다. 돈가를 잡기 위해 수입물량이 대거 풀릴 경우 양돈산업은 또 다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이나 돈사 운영 전망은 어떤가.
아직 생산이 크게 늘어날 소지는 없어 수입 등의 변수가 없다면 올해 말까지는 좋은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농가가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다. 생산성 향상엔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FMD 피해를 정상화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질병이나 수입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힘든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 농민이 노력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기대를 걸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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