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빼앗겨도 좋은가?>

  • 입력 2015.06.07 15:24
  • 수정 2015.06.07 15:2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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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언론학자인 손석춘 건국대 교수가 갑오농민전쟁 120주년인 지난해 땅끝마을 농부인 김덕종 해남군농민회 회장을 찾았다. 쌀 전면개방부터 얘기를 풀더니 김 회장의 형인 고 김남주 시인, 아스팔트 농사,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통일농업, 진보정당까지 굵직굵직한 주제가 가감 없이 쏟아진다. 책이 던지는 주제는 무겁지만 문고판 112쪽의 분량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김 회장은 이 책에서 손 교수와 나눈 5시간의 대담이 “한 사람의 운동가로서 진정성 있는 제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시간은 참 빠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 책은 김 회장이 구술한 대자보이기도 하다.

최근 농업계는 농업·농촌·농민의 문제를 농민들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이 하나의 테마를 이루고 있다. 김 회장은 언론이 농업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는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진보언론도 기사 한두번 쓰다 꼬리 감추듯 사라진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젊은 네티즌들에게 쌀의 소중함을 온라인에서 알리는 우리 식량 창고 지키기를 활발히 진행해 줄 것을 호소한다.

시군농민회에겐 지역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도시지역은 많은 민주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농촌 현장에선 농민회가 가장 큰 대중단체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이기에 주관적이지만 한편으론 보편적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일어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 제정 운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충북 옥천군, 전남 나주시, 경남 합천군처럼 민관 거버넌스를 통한 지역농정 참여로 성과를 내는 지역도 늘고 있다.

손 교수는 책 말미에 지난해 9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장면을 자세히 소개하며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의 언행을 전봉준이 맞서 싸운 조선왕조의 지배자들과 비교하며 “농민들은 120년 동안 한 번도 자신들을 위한 정권을 만나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이 탄식은 2016년엔, 2017년엔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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