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안하고 농사짓고픈 농부들과 함께하겠다”

<인터뷰>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

  • 입력 2015.06.07 14:56
  • 수정 2015.06.07 14:5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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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농장도 회사처럼 지분을 나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지난해부터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아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실제 동업자로 만나는 길이 농사펀드에 있다.

▲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
농사펀드를 창업한 계기는?

2003년 농촌 민박정보를 모으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농촌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뒤 정보화마을 사업이나 농산물 온라인 판매 일도 경험했다. 10년 넘게 농업관련 일을 하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은 얘기가 한결같았다. “대출 안하고 농사짓고 싶다”와 “내 철학대로 농사짓고 싶다”였다.

공판장에 농산물을 내려면 작물이 예뻐야 하니까 성장제와 화학비료를 줘야 한다. 상추는 반대로 성장억제재를 줘야한다. 돈을 번다는 건 지출을 낮춰야하는데 먹고살려면 그렇게 해야하는 구조였다. 판매 걱정만 없다면 이런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농부들이 많았다.

그래서 2013년 충남 부여군에서 쌀농사를 짓는 조관희 농부와 함께 크라우드펀딩(목표액과 모금기간을 정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진행했다. 400만원으로 목표를 높였는데 230만원 정도만 모았다. 그래도 조관희 농부님이 약속했으니 진행한다고 해서 추진했다. 반응이 좋아 지난해에 한번 더 했는데 700만원 목표에 1000만원 이상 모아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부터 함께하고 싶다는 농부들이 많아져 제대로 책임져야겠다 마음 먹고 농사펀드를 창업했다.

친환경농민만 신청할 수 있는가?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할 의지가 있는 관행농이면 신청할 수 있다. 농사펀드를 하면 관행농에서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그 리스크를 알고 투자하게 되니까. 원래 고구마농사를 하면서 농약을 5번 치는데 2번만 치겠다던가 화학비료 없이 하겠다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친환경으로 넘어오는 농부는 신청할 수 있다. 규모로 보면 가정단위 매출이 3,000만원 수준인 중소농이라면 농사펀드에 참여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은 대규모여야 하지 않나?

자기 철학을 지킬 수 있는 규모가 있다. 규모가 커지면 처음에 생각하던 품질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농보다 중소농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책임을 지는데 적합하다. 국가정책이 기업농·대농 위주 정책이란거 안다.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종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사람들은 대를 이어 농사짓거나 토종종자를 지키는 농민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중소농이라 정부지원을 받기 어렵다. 연소득이 1,000~2,000만원인 소농 입장에서 인증비만 100만원이 드는 친환경인증을 받기도 어렵다.

매출 100억원 달성하는 영농조합과 거래하는 게 관리도 쉽다. 하지만 그들은 규모 때문에 철학을 지키며 농사짓기 쉽지 않다. 그분들은 유통채널을 다 갖추고 있어 농사펀드가 필요 없다.

농사는 자연재해 등 변수가 많다. 농사펀드는 특수상황의 리스크를 소비자가 같이 분담한다. 또, 생산자가 투자자들에게 1주일마다 한번씩 농사정보를 제공하면서 관계가 형성된다. 도시소비자 교육도 동시에 하는 셈이다. 그 점에서 일반 유통과 차별성이 있다.

농사펀드 현황과 목표는?

현재 45명의 농부들이 함께하고 있다. 올해 2월 문을 연 농사펀드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은 850여명인데 이 중 절반인 400여명이 투자자다.

중간지원조직과 농사펀드 활용방법을 알리는 교육프로그램 운영도 기획 중이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지원으로 농촌협동조합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다.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같이하자 제안해 도내 농민들 교육과 농사펀드 펀딩대회도 하고 소비자 홍보캠페인도 진행하는 대략의 로드맵은 나온 상황이다.

농사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1단계 목표로 농부 600명을 잡고 있다. 앞으로 농촌 문제를 사업으로 푸는 전문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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