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업은 여성적이다?

  • 입력 2015.06.07 10:08
  • 수정 2015.06.07 10:09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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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농업은 여성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말입니다. 언젠가 인도 남부지역에서 연수차 들렀다가 그곳 지역단체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농업을 여성적이다 혹은 남성적이다라고 성적 특징을 부여하기에는 우리의 성에 대한 고정적인 생각이 남달라서 오히려 부정적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곳에서 농업을 여성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씨를 뿌리고 가꾸며 수확해서 나누는 농업의 전 과정이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기르는 과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런 까닭에 농작물을 대할 때도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세심하게 돌보고 손질을 아낌없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일상 생활에서 농사일을 할 때 논밭을 갈거나 힘을 쓰는 일을 할 때면 남성의 힘이 많이 필요하지만 실제 농작물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세심하게 돌보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 담당하는 편입니다.

여성들 없이 농사일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여성들의 손길이 미쳐야 농사가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논밭으로 나가보면 새삼 농사가 놀랍습니다. 밤기온이 낮아 냉해를 입은 키 작은 모들도 본터로 가서는 발붙임을 힘껏 해 대고, 정식한 지 한달을 넘긴 고추는 방아다리에 건실한 고추를 하나씩 달고서 날마다 잘도 자라고 있습니다. 새로 조성한 키위 밭에는 수정된 열매가 하루가 다르게 볼록볼록 자라고 있고 봄에 태어난 송아지도 어미 옆에서 짚을 먹으려 입놀림을 하는 모양새가 퍽이나 예쁩니다.

농사일이 고되고 생산비도 못 건져 속상하면서도 농작물이 때맞춰 자라는 모습만큼은 농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만한 일입니다. 수박농사를 짓던 한 언니가 농사빚에 쪼달려 맘고생을 많이 하면서도 수박하우스에서 수박이 커가는 모습에 시름을 잊었노라고 말했던 모습이 선합니다.

농업의 여성적인 특징은 농업에서 여성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규모화 된 농업, 상업적 재배, 기계화 등의 이유로 농업에서 여성의 위치가 낮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농업에서 여성은 아직도 상수입니다. 여성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농사는 없다시피 합니다. 마을에서도 농사를 잘 짓는 집은 대개 그 집 안주인의 손길이 부지런하고 섬세한 집입니다.

전국적으로 봄가뭄이 심해 농작물 타는 것보다 농민들의 애가슴이 더 타들어 갑니다. 이 고난 속에서도 농작물을 묵묵히 키워내는 그 힘이야말로 농사의 시작이요 끝입니다. 그 가운데 여성농민이 있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또 상기해 볼만한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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