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뙤약볕 마늘 캐는 아낙들

  • 입력 2015.06.05 13:27
  • 수정 2015.06.05 13:33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 극단 ‘하늘지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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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석 '하늘지붕' 대표

마늘 캐는 아낙들이 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을 합니다. 하루 12시간 일하고 9만원을 받습니다. 점심은 싸갑니다. 김치, 밥에 간장과 소금을 곁들인 김밥 정도지요. 그렇게 받은 돈이 일당 9만원, 시급 7,500원.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이지요. 여자 노임으로는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보통사람들이 100m 두둑 하나를 잡고 한나절 마늘 캐는 작업을 하면 초죽음이 됩니다. 어깨 아래로는 쥐가 내리고 밤새 앓는 소리 없이는 숨쉬기 어렵습니다. 올핸 마늘 값이 좋아 돈 1만원을 더 준다고 합니다. 작년까지 양파 캐는 일은 보통 7만원 했으니까요. 올해 마늘은 평당 8,000원에 거래되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반장을 만나면 중간에 아이스크림에, 점심참엔 수박도 얻어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합니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 더운 날씨를 경신했다는 5월 들녘 복판에 머리의 수건을 눈 아래까지 동여 맨 우리의 어머니들이 한 점 풍경처럼 삶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5만원짜리 한 장에 1만원짜리 네 장을 받고 집으로 올 참이면 내일 하늘이 무너져도 다시 오지 않고 배기지 못한단 말이요.” 심하게 말하면 나락이 두가마니요, 1만원을 더 보태면 한단지 모내기 이앙기 값이지요. 그래서 80을 넘긴 나이든 아낙들이 새벽밥을 먹습니다.

아직도 우리 어머니들의 돈 계산 기준은 나락값입니다. 아낙네 일에 나락이 두가마니면 단군 이래 이런 호사가 없지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여자 하루 품삯이 보리 한 되였으니 하는 말입니다.

택시 기사 아들 어머니나, 공무원 딸 어머니나, 농사일이 많은 어머니나, 오토바이를 탈줄 모르는 어머니나 상관없이 일당 9만원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당이 너무 높아 장기요양이 필요한 어머니도, 혈압이 너무 높아 30년 동안 약을 먹고 있는 어머니도, 작년에 허리수술을 한 어머니도, 뇌선 없이는 한 발작도 움직이지 못하는 약 중독 어머니도, 심지어 오늘 모를 심어야 하는 어머니도 하루 밀치고 일을 가야 하는 것이라, 그것이 일당 9만원의 위력입니다. 나락값이 9만원 한다면 품팔이는 없어질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9만원 주는 일이 배추를 심는 일이건, 대파를 포장하는 일이건, 고사리를 수확하는 일이건 상관없이 동네의 일 잘하는 주류 일꾼만 쌔(혀)를 될 수 있는 상일임이 분명합니다.

오래사시라, 건강하시라. 일당이 10만원 넘을 때까지 일하시라. 기원하고 싶지만 그네들 삶에서 그렇게 일 할 수 있는 날이 불과 몇 날일까 헤아리는 것이 부질없다 싶습니다. 5년 인들 10년인들 상관없이 농촌의 죽음과 소멸과 축소와 해체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엄연한 현실이 우리 앞에 죽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시간을 뙤약볕에서 앉아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캐고 줄기를 자르는 그녀들이 주저앉는 날이 우리 농촌이 무너지는 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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