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도 나처럼 월급을 받는다고?

  • 입력 2015.06.05 13:18
  • 수정 2015.06.05 14:04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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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지역에서 농민월급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농민들이 월급을 받는다니 생소하다. 농민들은 농산물 수확에 맞춰 소득을 얻는 것 아닌가. 농산물이 월급처럼 매달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조사해보니 농민월급제는 가을에 추수할 농산물을 미리 수매해 모내기철부터 추수까지 5~6개월간 수매가를 일정하게 나눠 매달 지급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근 전북 임실군에서 도내에서 처음 농민월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농민월급제를 최초로 시행한 경기도 화성시에서부터 전남 순천, 나주, 전북 임실군까지 총 4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연초에 농자재비나 생활비 등 경제적 지출이 많은 농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덕분에 농가들은 연초 대출에 의존하는 것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농가들도 지자체의 노력을 반가워하는 모양새다. 농가 호응에 따라 화성시, 순천시는 매년 지원농가를 늘리고 있다.

농민월급제의 좋은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 다만 농민월급제의 ‘월급’에는 의문이 든다. 월급은 소득 개념인데 농민월급제는 결국 추수 후 되갚는 방식이라 월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농협에 돈을 빌리는 방식이고, 발생하는 이자는 지자체가 보전한다. 이자 부담 없이 돈을 빌려 쓰는 무이자대출이라고 보면 맞다. 이자라고 해봐야 20~30만원 정도다. 이런 형식의 월급제를 벼농사에 도입을 한 것은 쌀은 농협을 통해 수매를 하기 때문에 채권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벼농사가 많은 전남, 전북 지역 지자체가 농민월급제를 고민하고 도입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작물도 아우르지 못한다. 벼농사와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기 위해선 다른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주시 측에서도 과수는 소득 규모가 다르고 물량이 한도가 있는데다 가격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아직 적용은 무리라고 한다.

가격 폭락도 문제다. 올해 쌀값이 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가는 쉬지 않고 해마다 올랐는데 쌀값은 20년 전보다 더 떨어졌다. 쌀 농가의 한숨은 깊어져만 간다. 농민월급제가 쌀값 폭락에 대한 손해를 보전해줄 수 있을까?

농민월급제는 자연재해나 가격폭락 등 농사의 불안정성이 남아있는 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농가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없는 셈이다. 농민월급제는 근본적으로 농가 소득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이 아니다.

농민들은 올해도 여전히 가격 폭락이란 폭탄을 안고 농사를 시작했다. 가격 폭락을 알면서도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농민의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선 영농철 자금 안정이 아니라 농산물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 최저 가격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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