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국회비준 지금 때가 아니다

  • 입력 2008.02.17 21:42
  • 기자명 관리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김원웅, 이하 통외통위)에 상정됐다. 통외통위는 당초 지난 11일 회의를 통해 이를 처리하려 했으나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위원장실 점거로 무산된 바 있으며, 이후 강기갑 의원이 보좌진들과 통외통위 회의실에서 단식 점거농성에 돌입하자 김 위원장은 회의장을 바꿔 회의를 소집하여, 이를 상정시켰다.

김 위원장은 비준 안 상정 뒤 “국익 부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한 뒤 표결로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준안의 17대 국회 처리는 정치적 책무”라며 국회통과를 기정사실화했다

바로 다음날인 14일 농민 5천여명이 서울에 모여 이를 강력 규탄했다. 국내 47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산업은행 앞에서 ‘한미FTA저지, 농민생존권쟁취 전국농민결의대회’를 연 것이다. 만일 정부의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 농업을 벼랑으로 내몰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 농민들의 투쟁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미FTA는 농업을 비롯한 의약품, 자동차, 투자, 서비스, 금융, 섬유, 노동, 환경, 전자상거래 등 17개 분야에 걸쳐 협상이 진행됐고,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내용들이다. 한-미 FTA는 얻는 것보다 내주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자동차와 섬유 등에서 이득을 얻는 대가로 농산물과 제약 분야를 사실상 포기하고, 유전자 조작물질과 연령 제한 없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등 국민의 건강도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의 피해를 전제로 추진되는 한미FTA에 대해서는 이명박 당선인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신당 등 거대양당이 충분한 논의와 피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한 후에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도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미FTA를 처리하자고 입장을 선회한 것은 그동안의 주장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기만용 선거 발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광우병 위험소의 발견으로 학교급식 납품까지 중단하는 등 갈수록 광우병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쇠고기 전면개방 없는 한미FTA는 없다’면서 부당한 통상압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80% 이상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과 두려움을 갖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4월 총선을 앞둔 17대 국회가 내실 있는 검증과 심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불구 보름도 채 남지 않은 2월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의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졸속’이다. 그동안의 한미FTA 협상은 국민적 동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그 협상이 미칠 파괴력을 생각하면 시간에 쫓기듯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결코 안된다. 농민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피해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졸속 처리할 때가 아니다. 만일 한미FTA가 처리가 그렇게 시급한 사안이라면 지난해 9월 여야의 82명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한 국정조사요구서에 따라 국정조사부터 실시하는 것이 순서이다. 농민들은 14일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한미FTA에 대한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전국민적 저항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