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어린이도 피곤한 만성피로증후군

  • 입력 2015.05.29 15:27
  • 수정 2015.05.29 15:29
  • 기자명 방민우 생명마루한의원 분당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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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우 원장

요즘은 어린이도 사회생활 하느라 바쁘다. 예전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어린이집을 매일같이 출퇴근해야한다. 초중고생들은 학교 다니랴, 태권도 피아노 미술 영어 수학 학원 다니랴, 봉사 활동하랴, 시간이 직장 생활하는 성인 못지않게 부족할 정도이다. 평균 수면시간을 보면 초등학생은 8시간 중학생은 7시간 고등학생은 5시간 30분이라고 한다. 삶의 질은 수면시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정도면 연령과 상관없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한국 특유의 입시문화는 어린이부터 수험생까지 성인에 못지않은 만성피로증후군을 부른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는 수면장애를 겪는 어린이, 수험생 환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신피로의 최대 원인으로 수면장애를 뽑을 수 있는데, 피로는 수면장애와 깊은 관계가 있고 수면장애가 다시 피로를 부르는 악순환의 관계를 맺게 된다. 실제 피로와 수면장애에 관련된 연구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 만성피로는 수면장애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볼 때, 어린이 또는 성장기 아이들의 피로 수준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아이의 선천적 기질이 게으르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꾸 늦잠을 자거나 유치원, 학교 등을 가기 싫어한다면 평소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언어장애, 우울증, 심한 피로감, 학습장애, 야뇨증, 성격의 변화 등의 증세가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평소 우리 아이가 방에서 잘 나오지 않고 자꾸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이 심하고,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면 혹시 내 아이가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어린이 만성피로증후군은 지나친 교육경쟁이 불러온 슬픈 자화상이다. 아이가 원형탈모로 병원을 간다거나, 시험을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등 우리는 각박한 교육 경쟁 속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성과’를 내야한다는 강박관념, 남을 이겨서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경쟁문화는 우리를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성장기의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공부를 실컷 해도 번듯한 취업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에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줄 수 없기에 부디 잘 참고 견뎌서 아무 일 없이 우리 아이만큼은 경쟁 속에 어떻게든 생존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특별히 꿈이 없어요.” 라고 대답하는 성장기 환자들을 볼 때면 꿈보다는 생존의 시대에 괜한 질문을 했나 싶기도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이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세는 다음과 같다. 전신의 권태감, 두통, 미열, 관절의 통증, 편도의 통증등인데, 현대 의학에서는 원인 불명의 질환으로 보고 치료법도 정확히 확립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바로는 스트레스를 가장 큰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장기의 만성피로증후군은 성장장애, 틱장애, 우울증, 비만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꾀병’이라고 여기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 신체적 컨디션, 우울감 등을 평소에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측면에서 보자면 주로 학습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감,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압박, 부모와의 불화가 커 보인다. 뚜렷한 질병은 없고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 없이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도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만성피로와 자율신경은 관련이 깊다. 자율신경계는 정신과 신체의 접점으로 내분비와 함께 내부 환경의 조정 또는 면역반응에 큰 역학을 담당한다. 이 자율신경의 활동이 깨지면서 각종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을 만성의 병적 피로로 볼 수 있겠다. 자율신경실조증, 부정호소증후군, 스트레스 관련 질환 3개와 병적 만성피로증후군의 상태를 큰 범위에서는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 침구치료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를 통해 수면장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와 더불어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님은 성장기의 아이에게 인내 또 인내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시간과 방법을 알려줄 것을 권한다. 부모님은 아이의 관심사나 취미에 관심을 갖고 많이는 아니더라도 정해진 시간만큼은 낼 수 있도록 작은 배려를 해주는 것이 어떨까.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만큼 어린이 또는 수험생의 만성피로증후군을 극복하는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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