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관세 철폐’로 점철된 수입농축산물 잔치

수입농산물 시장 점유율 증가, 국내 농업 피해 심각

  • 입력 2015.05.29 13:05
  • 수정 2015.06.01 14:01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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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정부는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FTA로 각종 농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국내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에 잠식당하고 있다. 우려했던 농업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FTA는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더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통해 당사국 간 자유무역을 더 활성화하자는 것이 바로 FTA다.

WTO 출범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FTA는 전체 399건의 협정 중 1995년 이후에만 전체의 87%에 해당하는 349건이 발표됐다.

세계적인 FTA 확산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FTA역외국으로 불이익을 피하고 경제권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0여년간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체결해왔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현재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EU, 페루, 미국, 터키, 호주 등 50개국과 총 11건의 FTA를 발효했다. 여기에 올해 콜롬비아, 뉴질랜드, 베트남과 FTA를 정식서명하고 중국과는 가서명한 상태다.

문제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농축산물 수출 강국이란 점이다. 국내 통상정책은 자동차, 반도체 등 공산품 수출 확대를 위주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가 지난 10년 간 체결한 모든 FTA에서 쌀은 양허제외 됐지만, 주요 농축산물의 개방은 피할 수 없었다.

한-칠레 FTA의 경우 가장 우려가 되는 품목은 포도였다. 때문에 국산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칠레산 포도에는 계절관세를 적용했다. 그러나 10년 후 철폐 조건에 따라 이마저도 2013년 완전히 사라졌다. 2013년 칠레산 포도 수입은 1억7,000만 달러로 2003년 대비 12.2배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국내 포도 생산량은 42만2,000톤에서 2012년 27만8,000톤으로 감소했다.

한-EU FTA는 축산물이 쟁점이었다.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낙농품 등을 EU로부터 많이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10년 후 관세 철폐 조건으로 합의하고 세이프가드를 설정했다. 낙농품은 분유·치즈에 무관세 물량(TRQ)을 배정했다.

시장 개방율은 높았다. 양허제외 품목이 42개인 반면, 관세즉시철폐 품목은 613개로 41.8%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한-EU FTA 이후 축산물 수입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발효 전 2년간 수입물량보다 발효 후 2년간 수입물량은 51.9%나 증가했다.

한-미 FTA는 농산물시장 완전개방이나 다름없었다. 쌀을 제외한 품목 대부분이 관세철폐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협상대상 1,531개 중 무려 1,502개가 관세철폐 이행 품목으로 양허됐다.

무엇보다 한-미 FTA체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과거 5년 평균 수입량보다 53.6%나 증가했다. 반면 국내 한우 가격은 과거 5년 평균 가격보다 11% 떨어졌다.

수확·유통 기간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는 포도(5월~10월)·오렌지(9월~2월)·칩용 감자(5월~11월) 등은 계절관세를 붙이고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최근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축산 강국들과의 연이은 FTA로 축산 농가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해 체결된 한-호주 FTA의 경우 현재 40% 수준의 쇠고기 수입 관세가 2030년이면 완전히 사라진다. 뉴질랜드, 캐나다와 FTA로 돼지고기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양돈농가 피해도 우려된다.

FTA 체결 이후 상대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업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농산물 수입은 2004년 1억1,100만 달러에서 2013년 153억1,4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수입농산물의 국내 농산물 시장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의무수입 허용이나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을 얻은 수입농산물이 시장을 잠식한 셈이다. 수입과일은 2003년 16.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다, 2013년 23%로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른바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한-중 FTA 체결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농산물 시장 개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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