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지에서 농협 무자격조합원 관련 고발·소송 이어져

“지역농협 조합원 실태조사 허술하다” … “아무 문제 없다”
현행법 개정 등 정부·농협중앙회 차원 노력 필요

  • 입력 2015.05.24 14:54
  • 수정 2015.05.26 10:1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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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전국 각지의 지역농협들이 무자격조합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농민들은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지난 3.11조합장선거를 계기로 맨살이 드러난 무자격조합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원예농협은 지난해부터 무자격조합원 정리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전주원협 임원은 “원협 직원들이 매년 직접 조합원 실태조사를 해야하는데 정작 나부터 현장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 몇 번이나 민원이 들어갔지만 서류상 무자격자가 없다는 답변만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조합원 가입을 결정하지만 이사들이 그 많은 서류를 검토해 무자격조합원을 잡아내기 쉽지 않다”며 “우리조합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무자격조합원 문제가 시끄러운데 정부에서 왜 나서지 않냐”며 탄식했다.

전주원협 조합원이 되려면 원예업 2,000㎡ 혹은 과수 5,000㎡ 이상을 경영하는 농민이어야 한다. 이 임원은 “지난달엔 조합에 비료를 공급하는 대리점 업자가 조합원에 가입했다. 한 이사가 직접 농지를 둘러보며 조사해보니 기준에 미흡해 보류의견을 냈지만 찬반의결을 붙여 조합원 가입을 통과시켰다. 자격 유무를 따지는 작업을 표결에 붙일 수 있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 조합원은 지난달 전주원협을 선거인명부 사위등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조합원은 “3월 조합장선거에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했다”며 “최근 무자격조합원으로 의심이 가는 100여명을 추려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른 조합원은 “현재 전주원협 조합원 수는 1,100여명 남짓이다. 지난 조합장선거 투표율이 97%에 달하니 조합원자격에 문제가 있는 조합원들도 상당수 투표에 참여한 걸로 보인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에 전주원협은 조합원 실태조사를 매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주원협 한 관계자는 “공판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조합원이 900명이 넘어 조합원 실태조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이사회에서 자격심사를 하는데 의안이니까 찬반의결로 조합원 가입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직원 소송 준비인들 만나기도

충남 서천군에선 3월 조합장선거를 치른 9개 조합 중 4곳(장항농협·판교농협·서천축협·장안수협)에서 무자격조합원 문제를 둘러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서천축협은 선거인 1,412명 중 600여명 남짓이 무자격 조합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서천군 축산계 가축실수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자격이 있는 농가는 743가구이다. 모든 양축농가가 서천축협 조합원이라 가정해도 전체 조합원 수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치다.

서천축협 조합장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과 선거무효 소송을 맡고 있는 장임수 변호사는 “서천축협 자료를 보면 지난해 조합원 실태조사에서 840명이 일시적인 휴업자라고 하는데 농협법엔 휴업자에 관한 조항이 없다”며 “이들 휴업자가 제출한 영농계획 확인서를 인정하더라도 문제다. 2년 연속 확인서를 제출한 조합원만 59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지난 판례를 보면 후보간 표차보다 무자격조합원이 많으면 선거를 무효로 처리한다. 서천축협 조합장선거는 표차가 347표에 그쳐 표차보다 무자격조합원으로 의심받는 사람이 더 많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협중앙회 직원들이 서천지역을 방문해 조합장선거 관련 소송을 준비하는 이들을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소송관련 한 관계자는 “지난달 농협중앙회 직원 3명이 찾아와 ‘무자격조합원을 정리하면 조합이 부실해져 합병권고가 나올 수 있다’며 소송을 만류했다”고 귀띔했다.

농협중앙회 선거관리팀 관계자는 “서천지역 3개 조합에서 무자격조합원 관련한 민원이 발생해 동향을 파악했다. 그 연장선에서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자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만남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그분들이 질의한 내용에 관한 답변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소송을 만류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장에선 무자격조합원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소홀한 조합원 실태조사를 꼽는다. 충남지역 A농협 감사는 조합 직원들에게 실태조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사실상 마을 영농회장들이 대신하고 있다읍·면 합병농협이어서 조합원 수가 6,000여명이 넘어 실태조사에 상당히 어려움이 따르고 농지원부는 있지만 실제로 농사를 안 짓는 사람도 있다. 사망자 등을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데 이를 바로 고치지 않으면 진성 조합원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협중앙회 회원지원팀 관계자는 “조합장선거와 관련해 공신력을 실추한 조합엔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한편, 농식품부와 함께 전반적인 조합원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고령조합원은 농협법 개정을 통한 구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 관계자는 “나이가 들며 어쩔 수 없이 조합원 자격을 잃은 분들이 있는데 다른 법엔 65세 이상을 고령농업인으로 규정해 복지를 뒷받침하는 등 법적 근거가 있다. 이들은 예외규정을 따로 적용하는 게 정부 정책에 부응한다”며 “단시간 법개정은 어려워 보이나 회원조합과 농민들 의견을 수렴해 이에 따른 건의는 줄기차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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