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박한 농민, 무기력한 국회

  • 입력 2015.05.24 09:2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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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쌀용 쌀 수입 문제로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모내기철이 시작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농성을 하고 여야 국회의원을 찾아다니고, 아스팔트에 나와 외치고 있다. 모두가 밥쌀용 쌀 수입을 막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쌀이 관세화되면서 그간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지불했던 수입쌀의 용도지정과 국별 쿼터, 수입쌀의 대외원조 금지가 모두 폐지됐다. 다시 말해 이제는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이는 작년 11월 국회에서 이동필 장관도 확인한 사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시 밥쌀용 쌀을 수입하기 위해 공매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농민들이 적극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농민들의 실망이 크다. 장관이 국회에 확답한 것이 번복되는데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농민들은 여당 대표이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인 김무성 대표에게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질의서를 보내 19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하고 있다. 대답을 들으려고 지역 사무실을 방문한 농민들한테조차 문을 걸어 잠그고 문전박대했다. 여당 대표로 국민들과 소통한다며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고 있는데, 찾아간 농민들을 문전박대한다면 김무성 대표가 말하는 ‘소통’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나.

그렇다고 야당에게 희망을 걸 수도 없다. 지금 야당은 한마디로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 농민들의 평가이다. 야당 의원들도 513%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 밥쌀용 쌀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논리에 수긍하고, 단지 사전에 국회와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질타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관세율과 밥쌀용 쌀 수입은 아무 상관이 없다. 관세율은 WTO에서 정해진 공식에 숫자를 대입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입하는 숫자가 타당한가일 뿐. 그래서 관세율은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의 문제다. 이것은 정부가 작년까지 일관되게 이야기 했던 거다.

6월 국회 상임위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쌀의 관세율과 수정양허표가 별개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무리하게 밥쌀용 쌀을 수입하려는 것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를 위한 사전 정비작업이 아닌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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