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북한은 왜 농업기술에 집착할까

  • 입력 2015.05.24 09:20
  • 수정 2016.07.25 21:16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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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북한의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농장 곳곳에서 담벼락이나 게시판에 붙어 있는 구호와 포스터(선전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농장 곳곳에 새로운 구호와 포스터가 붙었다는 소식이 국내외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들려온다.

과거 식량부족 문제가 심각했던 시기에는 그 내용이 대부분 농업과 식량의 생산 증대를 촉구하는 구호로 채워졌고, 포스터는 주로 종자혁명이나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 콩농사방침 등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식량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은 크게 농업기술 개선, 농업구조 개선, 생산기반 정비, 농업관리방식 개선, 영농자재 공급 증대 등과 같은 다섯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농업구조, 생산기반, 영농자재 등의 분야는 국가 단위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해당하고, 개별 농장 단위에서 집중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농업기술 및 농업관리방식에 해당하는 사항들이었다. 당해 연도 농업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농업기술에 관한 사항들이기 때문에 농장에 붙은 구호와 포스터의 내용이 주로 농업기술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던 것이다.

종자혁명,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 콩농사방침 등은 이른바 4대 농업방침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농업기술 개선의 핵심적인 과제였다. 그 동안 북한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서 지나칠 정도로 농업기술 부문을 강조해 왔다. 농업기술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차원을 넘어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농업기술 개선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농업기술에 집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주변 상황 때문이라고 이해되기도 한다. 제한되어 있는 경지면적과 농업노동력을 최대한 농업생산에 활용하고 있는 조건에서 농업과 식량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귀결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입재를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노동의욕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와 봉쇄로 인해 투입재를 증가시키기도 어렵고, 외부에서 새로운 농업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현실 때문에 자체적으로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한편, 노동의욕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제도, 즉 외부에서는 흔히 농업개혁이라고 부르는 것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이는 투입재의 원활한 공급이 이루어질 때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따로 얘기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거듭해서 강조해 왔던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약 20여 년 동안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해 국가적으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농업기술이 많이 개선되었고,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왔으며, 식량부족 문제를 개선하는데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 및 보급은 기본적으로 ‘생산성 증가’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저투입’을 보조적인 목적으로 하여 진행되어 왔다. 즉 투입재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기술을 최우선으로 개발하되, 동일한 투입재로 생산성을 더 높이는 기술과 투입재를 줄이면서 동일한 생산성을 기록하는 기술도 우선적으로 개발하여 보급해 왔던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전자(前者)의 기술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는 새로운 농업기술은 주로 후자(後者)에 해당하는 기술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 따라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 등과 같은 일선 농업현장에서 구호와 포스터로 강조되는 기술내용도 계속 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종자혁명, 감자농사혁명, 두벌농사방침 등과 같은 원론적인 기술을 강조하는 표현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물 절약형 농법, 영양알모 재배 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기술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농장 곳곳에 게시되는 구호와 포스터를 보면 북한의 농업기술 변화과정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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