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토종씨앗] 마음이 밝아지는 우리 꽃, 토종노랑민들레

  • 입력 2015.05.17 22:48
  • 수정 2015.05.26 09:28
  • 기자명 손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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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노랑민들레
▲ 손금녀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손금녀(80) 할머니는 토종노랑 민들레를 키우고 있다. 토종노랑민들레는 서양민들레와 달리 꽃대가 빨갛고, 꽃받침이 모두 위로 올라가 있다. 꽃잎은 서양민들레처럼 빽빽하지 않고 조금 성글게 붙어 있다.

옛날에 토종노랑민들레는 좁은 길과 논둑 가에 많았는데, 논 정리와 농약으로 다 없어졌다고 한다. 자취를 감췄던 토종노랑민들레가 20년 전 어느 날 할머니네 집 앞 나무 밑에 자라더니 집 앞 여기저기에 퍼져서 이제는 민들레 밭이 되었다.

두 살 때 북한이 고향인 부모님을 따라 원주에 와서도 뜨내기로 살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단다. 지금의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집 뒤 골짜기 너머 호저면에서 화전을 하면서 살았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재가하시고, 나는 열 살 때부터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하면서 컸어, 오빠 하나 있는 게 6.25 전쟁 때 없어졌지. 횡성 만두집에서 물심부름 하면서 살다가, 원주에도 갔다가, 전쟁 때 논산으로 피난 가서 거기서도 살았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더부살이 하다 원주로 갔지. 원주 고모네가 학교 앞에서 하숙을 했걸랑. 식당일 허는데 도와줬지. 그때 고모가 못살아도 사람 똑똑한데 시집가라고 남편을 소개해줘서 여기로 왔지.”

“할머니, 그렇게 힘들게 사셨는데도 편안해 보이세요.”

“내가 느긋하게 사는 걸… 내가 고생허고 살은 사람이니까, 참으면서 살았지.”

꽃처럼 가꾸시는 토종노랑민들레에 할머니의 바람이 담겨있는 것 같다.

“어릴 적 원주 있을 적에, 부잣집에서는 쌀밥을 먹을 때 민들레를 초고추장에 밥 비벼 먹더라구. 그래서 좋은 줄 알았지. 내가 꽃을 좋아하니까 우리 집에 민들레가 왔나 봐.”

횡성 여기저기를 다녀보아도 쉽게 볼 수 없는 토종노랑민들레가 손금녀 할머니 댁에서는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에, 좀 더 넉넉하게 살고 싶었을 할머니. 힘들 때마다 노랑토종민들레 꽃을 보며 느긋한 마음을 가졌을 할머니 덕에 토종노랑민들레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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