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농민회 탐방 ]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 “뭉쳐야 산다!”

  • 입력 2015.05.15 22:26
  • 수정 2015.05.17 22:55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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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전국에서 수도작 1, 2위를 다투는 지역이다. 그러나 간척지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기업체들이 입주함에 따라 당진시는 농업보다 공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공업의 수익창출에 기대면서 농업은 뒷전이 되고 있다. 더불어 농촌의 고령화로 인력난을 겪고 있고, 농업 소외는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진시농민회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면지회를 창립했다. 이로써 전국에서 처음으로 모든 읍면지회를 보유한 농민회가 됐다.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당진시농민회를 둘러봤다.


농민들, 목소리 내려면 뭉쳐야


창립 당시 3~4개의 면지회와 회원 70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순성면지회를 창립하면서 총 9개 면지회, 700명의 회원을 확보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회원이 빠르게 는 데에는 조직 강화가 농민회의 일순위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당진시농민회 이희조 회장은 “뭉쳐야 산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선 개개인 각자의 목소리보다 여러 사람이 목소리를 한 데 모아 내는 것이 더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다.

당진시농민회는 농민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행정에 부단히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얻은 것이 친환경 비료 무상공급이다. 당진시 농민들은 못자리 상토도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다. 시 측에선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다 결국 전량무상공급이 이루어졌다. 지난해부터는 영농자금 이자 3%에서 1%를 보전해주기로 합의했다. 당진이 하우스가 많은 지역이니만큼 시가 노후비닐을 교체하는 데 50% 금액 지원도 하고 있다. 당진시에는 실제 영농활동에 필요한 정책들이 꽤 잘 마련돼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이 회장은 “목소리가 모이니 끄덕도 안하던 행정이 돌아보더라”고 말했다. 목소리를 모아 끊임없이 찾아가서 요구하는 것만이 농민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뭉쳐야 산다’를 체득한 농민들의 경험은 대외활동에도 적용된다. 지역 집회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이 회장은 “당진이 충남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회원들의 대외활동 참여가 높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10월 식량주권 범국민대회 때도 당진시농민회에서만 버스 10대를 보냈다. 2005년 농민대회 당시엔 무려 130대가 올라갔다.

▲ 당진시농민회가 운영하는 농민주유소. 농민주유소의 수익 덕분에 당진시농민회가 활발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수익사업도 든든한 원동력


당진시농민회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익사업에도 있다. 2005년 농민회는 농민주유소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당진시농민회는 우리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출자를 내 주유소를 설립했다. 이 주유소 사업의 이익을 통해 환원사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농민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고, 또 원하는 활동에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전국 농협조합장 선거 당시 농민들의 알 권리 요구에 따라 조합장 후보의 방송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앞으로 당진시농민회는 여전히 농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석문 간척지 내 원활한 농지 확보를 위해 간척지 임대제도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2012년 농가들이 타작물 재배를 계약한 농지에 침수피해와 염분피해를 예상하고 계약을 어기고 밥쌀용 쌀을 재배했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계약위반으로 해당 농가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 후 농어촌공사가 잘못된 정책이었음을 시인했지만, 농민들은 연좌제로 인해 농지를 분양받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 당진시농민회 이희조 회장(왼쪽)과 순성면지회 안재옥 회장(오른쪽).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


끝없는 농산물 가격폭락에 대한 고민으로 로컬푸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민회 회원들은 당진시내에 직거래 매장을 설립하기로 논의했다. 1차적으로 농민회원들 농산물을 중심으로 매장에 납품해 가격 보장을 실현한다는 기대가 높다.

농촌현실에 맞는 정책도 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대농 위주로 지원이 쏠리는 탓에 고령화된 소농이 대부분인 농촌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농과 가족농을 위주로 정책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뭉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새로 창립된 순성면지회의 안재옥 회장은 “농민회가 자발적인 자생단체가 되기 위해선 회원 개개인들이 농촌의 어려움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농민들의 인식을 깨워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회원이 없으면 조직도 없다는 이희조 회장은 앞으로 9개 면지회가 모두 10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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