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농협 개혁, 조합원과 함께 해법 찾자

  • 입력 2015.05.10 19:25
  • 수정 2015.05.10 19:2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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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3.11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끝난 지 50일 남짓 흘렀다. 일선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업무파악을 마치고 조합운영에 제 목소리를 낼 시기다.

지난 6일 경기도 이천시 대월농협을 취재차 찾았다. 지인구 신임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벌써 3번째 조합원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어버이날을 맞아 작성한 편지엔 서울지역 부녀회가 방문한 현장을 찾아 대월농협 쌀을 홍보하고 농작업 지원에 활용할 농기계를 들인 내용이 담겼다.

지 조합장은 당선 가능성이 여타 후보들과 비교해 낮은 후보였다. 본인 또한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길 승산은 0.02%였다”며 “선거결과를 보고 살다보니 이런 기적이 있는가 어안이 벙벙했다”고 웃음지었다.

당선가능성은 낮았지만 그동안 협동조합 공부는 열심히 했다. 그는 대월농협 대의원으로 참석한 첫 대의원대회 때 말 한마디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지 조합장은 “대의원인데 아무 역할도 못한 게 부끄러워 그때부터 농협대학교 협동조합경영과 3년 과정을 다니고 각종 대의원 교육을 들었다. 특히 괴산군 불정농협에 방문했을 때 남무현 조합장(현 정명회 회장)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일 욕심은 끝이 없었다. 지 조합장은 체험마을 지원, 농작업대행사업, 친환경농업 확대, 교육지원비 확충, 조합장 연봉 지역사회 환원까지 쉴새없이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농협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또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지 조합장은 “할 일이 많아서 좋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장밋빛 희망만 있는 건 아니다. 대월농협 내부에선 “그래도 1년 뒤에나 제 색깔을 내야 한다. 여러 사업에 손대기보단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좋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조합장의 넘치는 열정을 말리는 충정일 수도 혹은 지역농협 개혁에 제동을 거는 딴지일 수도 있는 미묘한 여론이다.

밖으로 시야를 돌려보면 농협은 금품선거, 무자격조합원 문제 등으로 불거진 선거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쌀 판매부터 신경분리를 골자로 한 사업구조개편까지 농협 내부에 산적한 과제도 많다.

지 조합장을 비롯한 농협개혁을 천명한 지역농협 조합장들 모두 넘치는 일 욕심과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지역현실, 그리고 농협을 둘러싼 각종 현안 때문에 고민이 깊을 것이다. 남무현 정명회 회장은 지역농협의 진로를 “조합원으로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모쪼록 조합원과 그 고민을 함께 나눠 바른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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