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칙 없는 한-칠레 FTA, 추가개방 안된다

  • 입력 2015.05.10 18:2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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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세월호 1주기 추모일에 해외에 나가냐는 논란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에 나섰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개방수준을 상향 조정하는데 합의했다. 우선 이는 원칙 없는 합의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농업부분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게 될 대단히 잘못된 합의다.

2002년 10월 한국과 칠레는 FTA를 타결하면서 농축산물 391개 품목에 대해 DDA 협상 이후에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시 말해 391개 품목의 추가개방을 미뤄 놓은 것이다. 구체적인 품목은 고추 마늘 양파 참깨 보리 콩 옥수수 팥 땅콩 돼지고기 오리 분유 버터 치즈 감귤 잣 밤 파인애플 등이다. 전부 우리 농민들에게는 주요한 농산물이고 민감한 품목이다.

한-칠레 FTA 타결 이후 칠레산 포도는 지난 10년간 5배나 넘게 수입됐다. 칠레산 포도는 국내 포도농가 뿐 아니라 과수농가에 치명적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런데 칠레에서 요구하는 농산물 391개 품목을 추가개방 한다면 과연 우리 농산물 중에 살아남을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칠레는 남북으로 4,000km나 되는 긴 나라로 다양한 기후대를 가지고 있어서 거의 모든 농산물의 생산이 가능한 나라다.

아직 DDA는 타결되지 않아 칠레의 요구가 아무리 강력해도 들어 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칠레는 DDA 협상은 진전이 없고 주변국들은 FTA를 통해 개방의 폭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선발 FTA 타결국의 수혜를 보지 못한다고 2006년부터 추가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합의문에 근거해서 칠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해 원칙을 저버리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 어떤 결정이 난 것도 없다며 의미를 축소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고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양국은 6월에 예정된 한-칠레 FTA 이행위원회에서 사실상 추가개방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명백히 통상절차법 위반이다. FTA 이행위원회는 합의된 협상내용의 이행을 점검하는 기구이다. 추가개방 논의는 월권이며, 이는 명백한 재협상이므로 통상절차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 체결국으로서, FTA의 경제적 효과부터 명명백백 가려보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의 역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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