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이주 농민들, 빚 갚기 참 ‘힘들다’

유기농법 투자비용 증가·농산물 가격 보장 안 돼 ‘이중고’
농업 지속가능하도록 농지 보호·소득 보장 요구

  • 입력 2015.05.08 13:30
  • 수정 2015.05.15 22:17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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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 인근에 새로 자리잡은 최요왕씨의 유기농딸기 비닐하우스. 평당 약 50만원에 구입한 비싼 농지지만, 딸기 수확으로는 빚을 갚는데 한계가 있어 최씨의 근심은 깊어져간다.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4대강 사업으로 두물머리에서 밀려난 농민들이 농지 구입 자금의 원금 상환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농민들의 영농활동을 보호하는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두물머리 이주 농민들은 지난 2012년 이주 지역 농지 구매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농민들은 3년 이상 길어지는 4대강 반대 싸움에 지친데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대신 두물머리를 보존하는 조건으로 생태학습장 설립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주를 결정했다.

정부는 자금 지원 주체를 농협중앙회로 하고 양평군내 토지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땅 구입비용을 1.5% 이율로 3년 거치, 원금 17년 상환의 장기저리 융자 형태로 농민들에게 지원했다. 1인당 한도액은10억원이다.

2012년 땅을 먼저 구입한 7농가는 이미 지난해부터 원금상환에 들어갔다. 나머지 4농가는 다음 해부터 원금 상환에 들어간다.

문제는 농민들에게 원금 상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개발과 투기로 인해서 경기도 인근 농지는 가격이 급등해 평당 5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경상도, 충청도 지역 농지가 평당 2만~5만원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가격이 비싸다.

두물머리에서 마지막까지 유기농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최요왕(50)씨는 두물머리 인근 땅 1,100평을 5억3,000만원에 구입했다. 두물머리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땅을 구입한 서규섭(48)씨는 2,150평을 약 3억8,000만원에 구입했다. 각각 평당 약 50만원, 18만원에 구입한 셈이다.

다른 농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두물머리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4억원부터 최고 11억원까지 적지 않은 자금을 빌렸다. 농민들은 집까지 담보로 잡힌 상황이다.

그러나 원금에 비해 소득은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최씨와 서씨는 이주지에서 다시 친환경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소득은 연평균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 최씨는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원리금을 연 4,000만원 갚아야 하는 셈”이라며 “농사 지어서 4,000만원 벌기도 힘든데 그마저도 생산비를 빼면 이자만 갚기도 벅차다. 투기성 작물이 아닌 이상 유기농법으로 소득을 내기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농사 지어서 갚을 수준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서 말했다.

이주지역에서 새로 시작한 농사도 원금 상환 부담을 증가시켰다. 유기농 딸기를 재배하는 서씨는 두물머리와 40km 떨어진 양평군 개군면 자연리에 논으로 사용하던 땅을 구입했다. 논의 특성상 물빠짐이 안돼 이를 개선하고 유기농에 필요한 토양을 만드는 데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들었다. 유기농 토대가 잡히는 동안 단기소득도 기대할 수 없었다.

판로도 어려워졌다. 새로 옮긴 곳은 판로가 없어 두물머리까지 직접 농산물을 가지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가는 데만 차로 40분이 걸려 유류비도 추가적으로 더 든다.

서씨는 “소득을 많이 내야 빚을 갚을 수 있는데 땅을 만드는데 투자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빚을 갚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농민들은 빚을 더 늘리는 상황이다. 원금 상환을 시작한 농민들은 빚을 갚기 위해 주변 지인들에게 빚을 내거나, 농협에 또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농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농협을 찾아가 거치기간 연장이나, 이율 인하를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서 농지 보호와 가격보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농지 가격은 계속되는 개발로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그에 반해 지금 농산물 가격으론 농지 자금을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며 “국가가 농업을 지탱하려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지를 보호하고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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