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농축산물 391개 더 열리나

한-칠레 정상회담서 FTA 추가 협상 ‘공감’ … 남미 순방길,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 동행

  • 입력 2015.05.08 11:1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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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달 22일(칠레 현지 시간) 열린 한-칠레 정상회담에서 칠레의 FTA 추가 협상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감한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002년 한-칠레 FTA 체결 당시 400여개 농축산 품목 개방 문제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끝난 뒤 추가개방을 협의하기로 양허안에 명시한 만큼, 원칙만 내세우더라도 추가협상을 미룰 명분은 충분하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9박 12일간 남미 4개국(콜럼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순방길에 나선 가운데, 22일 칠레 미첼 바첼렛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바첼렛 대통령은 한-칠레 FTA 체결 이 10년을 넘어선 만큼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공감한다”면서 향후 양국간 FTA 무역이행위원회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합의해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업그레이드 한-칠레 FTA에 양국이 동의한 셈이다.

우리나라 1호 FTA인 한-칠레 FTA는 체결 당시 DDA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란 전망에 ▲관세 즉시철폐 224개(품목수 기준) ▲5년 철폐 545개 ▲10년 철폐 197개 등 최장 16년까지 관세를 없애는 품목을 1,020개로 지정했고 또 ▲TRQ를 주되 그 외 물량에 대해 DDA 이후 논의 18개 ▲DDA 이후 논의 373개 등으로 여지를 남겼다.

칠레측이 요구한 ‘업그레이드 FTA’는 바로 ‘TRQ+DDA 이후 논의’ 18품목과 ‘DDA 이후’ 373품목, 총 391개의 추가개방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품목은 고추·마늘·양파·참깨 등의 채소류, 보리·콩·옥수수·팥·땅콩 등 곡류, 돼지고기·오리·분유·버터·치즈·우유 등 축산물, 감귤·잣·밤·파인애플 등 과일류를 비롯해 수박·녹차·생강·인삼·참기름·참깨 등으로 주요 농축산물 대부분이 그 대상이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은 “2003년 외교통상부에서 발표한 ‘한-칠레 FTA의 주요 내용’ 보고서를 보면 민감품목인 마늘, 양파, 고추, 오렌지 등 400여개에 가까운 농축산물의 관세 철폐 문제를 DDA 협상이 종료된 이후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DDA가 예상보다 진척이 없자 칠레의 추가협상 요구는 지난 2006년부터 지속돼 왔고 우리 정부는 DDA 이후 논의한다는 양허안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과 동행한 이번 남미 순방길에서 칠레의 오래된 요구에 그동안 방패삼았던 ‘원칙’마저 접고 말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난 게 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김덕호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우리나라가 칠레 주변국들과 FTA를 체결하니, 칠레 입장에서 한국 농산물 시장에 손해를 본다는 위기감이 있을 수 있다”고 이번 칠레 측의 추가협상 제안 배경을 전하면서 “양국 정상이 FTA 업그레이드를 공감했다고 해서 당장 급진전 될 것은 없다. 만약 추가협상을 시작한다면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내 단계를 거친다”고 말했다. 다만 “조만간 열릴 한-칠레 FTA 이행위원회에서 (추가협상 문제의)실무적 논의를 검토해 보자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칠레 FTA 추가협상은 농업분야가 민감하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뜻은 분명히 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한-칠레 FTA를 반대하던 2000년대 초, 정부는 국민들에게 무역자유화의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면서 농민들 때문에 수출이 가로막히고 경제 발전이 더디다고 질타했다”면서 “과연 한-칠레 FTA가 경제적 효과가 있었는지, 농산물 수입만 엄청 늘어난 것은 아닌지 철저한 검증도 없이 추가협상 운운하는데 이는 곧 농식품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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