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메가 FTA와 한국 농업

  • 입력 2015.05.03 12:32
  • 수정 2015.05.03 12:38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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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교수

한국 농업은 경제개발이란 관점에서 1960년대 이후 정부 주요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그런 흐름은 21세기 들어서도 결코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무한 경쟁 속에 생산성 추구라는 가치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 우루과이 라운드(UR), 세계무역기구(WTO)는 물론 양국간 FTA로부터 다수의 나라가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는 메가(Mega) FTA 시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이름으로 등장하였다.

그동안 이런 경제적 흐름만이 국내 농축산에 대한 압박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국제 질서의 재편이 점쳐지고 있는 지금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협상도 국내 농축산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이제 세계 경제의 주역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국제 경제의 기축통화로서 작동해왔던 미국 달러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로의 진행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에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국을 성공적으로 유치함으로서 자국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중국의 모습과 맥을 같이 한다. 국제 금융질서의 주역들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AIIB에 가입했고, 안보라는 면에서 미국과 함께 하는 한국 정부 역시 미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도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늦게나마 AIIB에 가입했다. 중국은 조만간 전세계 44억명과 20조달러 규모의 60여개국 경제를 아우르겠다는 야심찬 ‘범 중화경제권’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위해 AIIB나 RCEP 외에도 실크로드기금 설립,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TAP) 등의 패권 확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런 국제 경제 질서 재편과 중국 팽창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유럽연합(EU)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논의를 시작했고, 또한 일본·한국·호주·필리핀 등과의 양자 군사동맹 강화 및 TPP를 주도하여 중국을 봉쇄하고 경제적 견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나름 안정되었던 아시아 국가 간의 균형 변화를 암시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아시아 국가들의 생존전략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음도 말해준다.

미국 방문 중인 일본의 아베 수상은 그의 우익 편향의 발언과 자세에도 불구하고 지극한 환대를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받고 있다. 발 빠르게 TPP에 동참한 일본과 아베에 대한 환대는 중국 견제라는 공통 목표 속에 일본의 군사적 팽창까지 용인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미국과 일본은 글로벌 파트너로서 강화된 밀월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천명이기도 하다.

특히 유대 강화를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TPP 협상에서 양국의 쇠고기와 자동차 부문을 맞바꿀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무역협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을 말하고 있고 일본은 농축산품 개방을 확대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농축산품에 있어서 최소한의 자국 생산기반을 유지하려던 일본의 노력이 이러한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얼마나 지켜지며, 또 어떻게 일본 농축산 분야를 변화시킬 것인가는 앞으로 한국 농축산의 환경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대치와 안보라는 명분 속에 한국정부 역시 이들의 질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좋고 나쁨을 떠나 농축산업계도 단체와 개인 모두, 국제 경제와 더불어 종합적인 국가간 질서에 보다 관심을 지녀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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