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 주도권, 농민이 쥘 수 있도록

민간 유기재배기술 연구단체 ‘자연을 닮은 사람들’

  • 입력 2015.05.02 09:34
  • 수정 2015.11.08 00:0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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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시대는 친환경 농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현실은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기 벅차다. 친환경 제재가 다양하다지만 일반 농약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체의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농가에 경제적 부담이 된다. 공공기관 연구 또한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시판 제품 활용법 등을 위주로 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생산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같은 농업의 구조에 가열차게 반기를 든 민간단체가 있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대표 조영상, 자닮)’은 천연농약 등 유기재배기술 연구와 농가 교육활동을 통해 ‘초저비용 농업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고비용이 필연이 돼버린 현실 속에서 농가 스스로 저비용을 물색할 수 있는 ‘방법’ 자체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자닮오일’과 ‘자닮유황’의 개발은 자닮의 대표적인 성과다. 자닮오일은 모든 농약에 두루 쓰이는 천연 전착제면서 그 자체로 일부 살충효과를 내기도 한다. 자닮유황은 화학농약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 살균제로, 녹는점이 120℃에 달하는 유황을 가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획기적이다. 자닮오일과 자닮유황을 은행·돼지감자·백두옹 등의 흔한 재료와 일정비율로 배합하면 벼 키다리병, 고추 탄저병, 응애, 총채벌레 등 다양한 병충해 방제약을 직접 제조할 수 있다.

▲ 민간 유기재배기술 연구단체 ‘자닮’의 대표적 개발품인 자닮오일.

배합비를 소개하지 않고 단체에서 제품을 만들어 판다면 그 하나하나가 수익이 된다. 하지만 자닮의 운영은 대부분이 월 1만원씩의 개인 후원금을 통해 이뤄진다. 농가에는 오일·유황 등 저가의 원재료를 판매할 뿐이며 사용법과 함께 연구법까지 보급, 농가가 직접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농업기술의 주도권은 농민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조영상 자닮 대표는 “언제부턴가 미생물 분야가 전문화된 영역으로 고착화돼버렸다. 농가가 잘 모르니까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을 사서 쓰게 되고, 자재나 기계를 점점 더 많이 사야 하는 고비용 구조가 됐다. 농민이 농업을 영위한다지만 실상은 단순 소비자로 전락했고, 자발성과 창의성이 사라져 버렸다”고 그 의미를 짚었다.

한때는 함유 성분 문제로 자닮 개발품이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지만 국제기준에 발맞춘 시행규칙 개정으로 합법화됐으며 이후 자닮은 친환경 농업 대안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자닮의 기술을 활용해 40만평의 대규모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도 있다. 정부에서도 내년부터는 자닮오일과 자닮유황 판매가격에 각각 50%를 지원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되면 진정한 유기농 발전을 위해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간 상품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농산물도 품질의 우위, 가격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인증의 가치는 더 귀해지고, 이에 발맞춰 유기농산물의 가격도 내려가야 한다. 앞으로 철저히 준비하는 농민에겐 무한대의 기회가 올 것이며 준비하지 않는 농민에겐 시련이 올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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