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이 자회사 직원을 같은 사안으로 4차례에 걸쳐 징계를 추진해 그 배경에 물음표가 붙는다. 당사자는 농협 내부 비리를 폭로한 이모 NH무역 차장이다. 이 차장은 내부 조직과 관련한 폭로를 추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농협은 지난 2010년 7월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이 차장을 징계해직했다. 이 차장은 해직에 불복, 서울지방노동위에 소를 제기했다. 중앙노동위가 징계가 과하다며 복직 결정을 내렸다.
농협은 이듬해 10월 재차 복무규정 위반 등으로 이 차장을 해직했다. 대법원까지 간 법적분쟁에서 농협이 끝내 패소하며 이 차장은 다시 복직한다. 그러나 농협은 지난해 6월 같은 사유로 그에게 정직 6월에 변상(841만3,000원) 조치를 내린다. 중노위는 이번 징계도 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농협은 이달 9일, 이 차장에게 감봉 4월에 변상 징계를 또 내렸다.
농협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업무상배임·사기·강요·배임수재 혐의로 이 차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농협이 제기한 업무상배임 혐의는 출근 택시비(21건, 38만1,000원)와 개인 주유비(25건, 88만1,000원)를 법인카드로 결재한 내용이다. 농협은 이 차장이 허위출장을 기재해 250만원 가량의 출장비를 지출했으며 이외에 부하직원에게도 허위출장을 강요하는 등 사기 및 강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차장은 21일 국회 농해수위 회의에 출석해 “부하직원인 모 과장이 친구를 통해 종자회사를 설립한 뒤 그 회사 제품을 2배 가량 가격을 부풀려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이 차장은 “이 문제를 질책했는데 반발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유성엽 새정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동일한 사유로 특정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가 거듭된 이유를 물으며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안으로 3명이 조사를 받았지만 유 차장만 징계를 받았다”며 “농협 자회사 직원을 징계하려 김앤장 등 유수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모 과장은 현재 농협중앙회 모 이사의 아들이다”라며 “현직 농협중앙회 이사 아들이 잘못한 부분을 제재하니까 표적 감사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실제 농협은 1차 징계 때부터 고발까지 김앤장 등 여러 로펌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 선임비에만 김앤장 1억3,000만원을 포함, 총 1억9,500만원이 들었다.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은 “일개 직원 문제를 규명하는데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한다니 돈이 썩었냐”며 “저열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고 일갈해 좌중이 얼어붙기도 했다.
농협은 이미 수사기관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농협 감사위 관계자는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검경 수사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인사 문제를 놓고 유 의원과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사이에서 신경전도 있었다. 유 의원은 “경북지역 조합원 수는 37만5,000명이고 전북지역은 22만5,000명이다. 그런데 농협 주요 임원 현황을 보면 경북지역은 23명인데 전북은 3명뿐이다”라며 최 회장에게 지역편중 인사 문제에 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최 회장은 “인사는 각 대표들이 맡아 어느지역 임원이 몇 명인지 내용을 모른다”고 답했다. 유 의원이 “비상임이란 장막에 숨어 답변은 안하는 게 떳떳하냐”면서 “최종책임자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아니냐”고 거듭 따지자 최 회장은 “인사권한이 없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