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유전자조작농산물 다시 생각하기

  • 입력 2015.04.25 22:58
  • 수정 2015.04.25 23:01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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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리포세이트를 ‘거의 암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지닌 2A등급의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글리포세이트는 흔히 ‘전멸제초제’ 또는 ‘비선택적 제초제’라고 알려진 제초제의 주성분이다. ‘전멸’ 내지는 ‘비선택적’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이 제초제는 식물은 가리지 않고 죽인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농민들은 이 제초제를 작물 생육기간에는 사용하지 않으며 농경지 아닌 곳이나 갈아엎어야 하는 곳에서나 사용해 왔다고 알려졌다. 적어도 유전자조작 종자가 상품화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제초제를 농민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곧 이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잡초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일까? 초국적생명공학기업은 이 제초제를 이용해 유전자조작 종자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물론 여기에는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에 특허를 가지고 있던 몬산토가 그 특허기간 만료 전에 이 독점적 지위를 지속하기 위한 욕심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종종 눈에 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주로 살충성과 제초제내성이다. 그 가운데 제초제내성은 주로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콩, 옥수수, 유채, 면화 등의 종자에 이 글리포세이트 성분을 이겨내는 유전자단편을 삽입하여 만드는 것이 바로 제초제내성 유전자조작 종자이다. 이런 유전자조작을 할 때 기업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을 무엇일까? 당연히 그것은 자사의 이익이다. 그래서 이들 제초제내성 유전자조작 종자는 그 종자를 만든 기업의 제초제에만 반응을 한다. 즉, 자사의 제초제를 뿌려야만 해당종자가 전멸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이는 이 종자들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몬산토의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는 라운드업이고 바이엘의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는 리버티이다. 몬산토의 제초제내성 유전자조작종자의 이름은 라운드업 제초제에 준비되었다는 의미의 ‘라운드업레디’이고 바이엘의 것은 리버티와 짝이라는 의미의 ‘리버티링크’이다. 즉, 기업은 종자와 제초제를 함께 팔아 이중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는 기업이 그동안 누려온 이 이중의 이익에는 철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미 이런 일들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항의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살충성과 제초제내성의 유전자조작종자는 이미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전멸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수퍼잡초의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살충성 종자의 표적이 되었던 해충방제의 결과가 그와 천적이었던 새로운 해충들의 등장이라는 사실이 보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여기서 그들이 유전자조작 종자의 개발과 상품화를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오산이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 선택의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발표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난 3월 말, 바로 그 같은 시기에 우리는 새로운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바로 사과와 감자를 유전자조작한 것이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유전자조작 사과와 감자의 공통점은 그동안 이것을 먹을 때 소비자들이 가장 꺼려하던 부분들을 해결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사과를 깎아 놓았을 때 갈변하는 현상을 없앤 유전자조작 사과가 그것이다. 또한 몇 년 전 감자튀김의 발암물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알려진 아크릴아미드 생성량을 낮춘 유전자조작 감자도 있다.

그렇다. 지금까지의 유전자조작 종자가 농민들의 농약문제에 집중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 나올 유전자조작 종자는 이를 먹는 소비자들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것들이다. 유전자조작 종자의 2세대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농약은 이미 많은 문제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농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동안의 유전자조작 종자에는 거부감이 많았지만 이 사과와 감자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이다. 이 사과와 감자 역시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신들의 종자독점을 통한 이익의 확보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 2세대 유전자조작 종자에 의해 더 크게 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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