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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팽목항은 고요했습니다. 어젯밤까지 세차게 내린 비도 울음을 뚝 그치 듯 그쳤습니다. 파도가 밀려와 방파제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소리, 저 멀리 진도 앞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만이 팽목항의 고요한 밤을 일깨웠습니다.
팽목항은 1년 전 오늘(4.16)을 기억하려는 거대한 추모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천개의 타일로 만든 기억의 벽’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애끓는 정과 국민들의 염원이 그림으로 활자로 새겨졌습니다.
‘기억의 벽’ 중간엔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 304명 이름의 초성이 각인됐습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명확한 메시지를 지닌 노란 깃발은 방파제를 따라 촘촘히 세워졌습니다.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은 진도대교부터 팽목항까지 이르는 국도에 약 2,000여개의 깃발을 세웠습니다.
‘기다림의 등대’ 앞에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가족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고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실종자의 이름이 적힌 깃발은 지난 세월을 반증하듯 헤지고 갈라져 있었습니다.
1년 전 4월 16일 이후,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별이 된 당신들을 있는 힘껏 기억토록 하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