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기억’말고 ‘망각’하려는 정부에게

  • 입력 2015.04.19 21:13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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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노란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전남 진도로 향하는 길목인 진도대교부터 팽목항까지 국도변을 따라 약 2,000여개의 깃발이 세워졌다. 깃발엔 굵은 글씨체로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적혀 있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마음을 모았다.

벌써 1년이다. 뭍으로 나오지 못한 304명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던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1주기를 맞았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은 세월호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그 이름들을 가만히 불러본다.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양, 남현철·박영인군, 단원고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일반인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 이영숙씨. 봄꽃 향기에 설레였을, 평범했던 4월 16일은 참사 이후 온 국민이 슬픔으로 기억해야 할 암울한 날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안하무인’ 그 자체다. 4개국 남미 순방을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은 ‘콜롬비아 국내 사정’을 이유로 참사 당일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팽목항 방문과 담화문 발표는 사실상 ‘쇼’에 불과했다.

청와대 참모진과 경호원, 장관들에게 둘러싸인 채 담화문 발표라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이후 변하지 않은 정부의 대응에 항의의 표시로 팽목항 분향소를 임시 폐쇄한 뒤 모두 팽목항을 떠난 뒤였다.

결국, ‘아니 온 만 못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과 담화문 발표는 유가족들로 하여금 1주기 합동추모식 취소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도록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었다. ‘국상’이라 일컬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4.16’을 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기억’해야 한다고, 해달라고 외치는 국민에게 맞서 애써 ‘망각’하려는 정부의 저 대담한 기만에 헛웃음만 나온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유가족을 돈으로 우롱하고, 삼보일배·학부모 삭발 등에도 전혀 아랑곳없이 언론플레이만 일삼는 이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정부인가. 아닌 말로 참 나쁜 대통령, 참 나쁜 정부다.

그리고 이러한 위정자를 매일 봐야 하는 우리는 참 서글픈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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