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식약동원

  • 입력 2015.04.19 13:36
  • 수정 2015.04.19 13:38
  • 기자명 나현균 김제요양병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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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균 김제요양병원 한의사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수록 의사들의 얼굴은 파랗게 변한다.”

이것은 세계에서 토마토를 가장 많이 먹는 국가중 하나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속담입니다. 파란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는데 왜 의사들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갈까요?

토마토의 빨간색은 주로 라이코펜이란 성분때문인데, 이 라이코펜은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를 젊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 결과 인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노화를 방지할 뿐만아니라 혈전 형성을 막아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예방해 주기도 합니다. 아울러 염증을 진정 시키고 소화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어 위염 치료에도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러한 토마토의 역할이 농약과 비료를 남용할 때는 거의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일까요?

모든 식물들은 내재된 생존본능에 의해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물질들을 진화의 과정을 통해 자체개발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식물의 항병충 성분들이 인체에 흡수되면 인체의 각종 염증을 다스리는 항염작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면 쓸수록 식물은 자체적인 방어능력을 갖출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항염성분들을 생산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써서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면 잔류농약의 문제는 둘째치고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성분들이 모두 고갈되어 겉만 번지르르한 빈껍데기를 먹게 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농약과 비료를 적게 치고 정성으로 키워낸 농산물들이라면 일단 우리 몸에 유익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에 어떻게 유익한가를 잘 알아서 먹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인간의 병을 다루는 의사중의 하나로 식의(食醫)라는 제도를 두어 음식을 통해 질병을 다스려 왔으며,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하여 음식과 약의 근원을 같은 것으로 취급해 왔던 것입니다. 이렇듯 음식을 적절히 잘 먹으면 병을 예방하기도 하지만 잘못 먹으면 약을 잘못 쓴 것처럼 독이되어 병이 생기게도 할 것입니다.

토마토를 많이 드십시오! 우리 농산물을 많이 애용해서 좋고 병이 줄어서 좋습니다. 남성에겐 전립선 질환을 줄여주고 여성에겐 골다공증을 줄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일에 왜 의사들의 얼굴이 파랗게 변할까요?

1991년 미국의 조엘 웰렉이란 의사가 <죽은 의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란 책을 썼습니다. 그 책에서는 미국의 심장과 의사들이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신경을 쓰기보다는 값비싼 심장수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심장병은 셀레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그 발생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데도 심장과 의사들이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려면 병자들이 많아야 하고 그것도 값비싼 처치를 많이 받아야 하는 역설적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위 저자가 이 책을 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의 미국 의사들의 평균수명이 57.5세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료제도가 영리성에 내맡겨지는 순간 환자는 물론 의사도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결론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병원문턱은 높고 의료지식은 영리를 위해 일부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환자가 건강해지면 질수록 의사의 얼굴이 더 파래지는 역설은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농산물들과 우리 주변 산야에서 흔히 보는 민들레, 쑥, 냉이, 달래, 꼬들빼기, 쇠비름, 명아주 등이 인체에 어떤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쉽고 정확하게 밝혀 나가고자 합니다. 선조들이 수천년간의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낸 사실들을 현대의 약물학적인 분석과 비교하며 하나하나 소개해 나가겠습니다.

몸에 좋다는 소문을 타고 무분별하게 산야초를 복용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효험을 봤다고 하여 꼭 자신에게도 효험을 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참고로 심장병의 위험을 확연히 낮추는 셀레늄은 현미와 통밀 그리고 어패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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