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자주적 농협만들기 원년, 농민의 역동성을 믿는다

  • 입력 2015.04.19 13:33
  • 수정 2015.04.19 13:39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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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3.11 제1차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끝났다. 전농 등 농민단체, 경실련 등 시민단체, 아이쿱·한살림 등 생협단체가 함께한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가 정책선거실천(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1,115개 농·축협 가운데 158개 조합 218명 후보들이 농협개혁 및 정책선거실천 협약에 참여했고, 그 중 75개 조합에서 협약 후보들이 당선됐다. 정책선거를 가로막는 법·제도 속에서 비록 짧은 기간 동안 활동했지만, 결코 작지 않은 성과와 토대를 다졌다.

운동본부와 협약한 당선자 조합장은 물론, ‘좋은 농협 만들기’에 앞장서는 모든 조합장들이 경영혁신과 민주적 운영을 통해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의 활로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전국운동본부도 4월 16일, 현장의 좋은농협만들기 운동을 지원하고, 농협개혁운동을 지속적·조직적으로 추진해가기 위해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좋은농협운동본부)’로 상설화하며 신발끈을 고쳐 맸다.

추운 날씨에도 예년보다 높은 투표율, 현직에 절대 유리한 ‘깜깜이 선거’에도 연임 비율이 48.5%에 그친 점 등은 속사정이 어떻던 개혁에 대한 조합원들의 간절한 바람과 요구를 보여줬다. 그만큼 한-중 FTA와 쌀시장 전면개방,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시장개방의 높은 파고를 농협이 앞장서서 헤쳐 나가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농협은 농산물 제 값 받기, 부가가치 제고, 농민권익 실현을 통해 농민조합원에 최대봉사(농협법 5조)해야 할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비판받아 왔다. 준조합원, 비조합원 상대의 손쉬운 신용사업에 안주해, 수입개방농정에 순응하며 정책사업 대행기관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저성장·저금리의 경제침체시대와 전면 시장개방 국면을 맞아 정체성 위기에다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돌파해 경영안정 곧 조합원 경영안정을 이루어 한국농업 위기의 활로를 여는 진정한 생산자협동조합으로 거듭날 길은 과연 없는가.

최근 전국쌀생자협회가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전국 쌀 농가의 자주적 품목조직으로 출발했다. 쌀은 한국농업의 마지막 보루이자 식량주권의 핵심요소이다. 시장개방의 파고를 헤쳐 나갈 자주적 품목조직의 역동적인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생산자재 구매협동, 생산비 공동절감에서부터 국산쌀 판로 보호(시장 전면개방 저지, 수입쌀 국내 왜곡유통 근절 등)와 개척, 가격보장정책의 실현, 논농업(이모작 농사) 지원정책 개혁 등 자주적 협동활동의 새 비전이 기대된다.

이러한 자주적 품목조직 활동은 사실 농민운동의 ‘오래된 미래’다. 중소농의 협동화, 자주적 품목조직화는, 한편으로는 농민운동의 대중조직화에 기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다해준다’는 빌미 아래 실제로는 준조합원과 비조합원 상대의 신용사업에 안주해 누구를 위한, 누구의 조합인지 그 정체성을 자기부정해온 관제형 종합농협체제의 전면 재편을 촉진할 것이다.

이제 농민을 위한, 농민의 생산자협동조합 곧 진정으로 자주적인 농협 만들기 운동은 시작됐다. 물론 갈 길이 멀다. 당면한 파고를 헤쳐 나가기에 힘이 부칠지 모른다. 그러나 농민에게 언제는 쉬운 길이 있었던가. 자주적 품목조직들의 역동적인 활동과 좋은농협운동본부의 지속적·조직적 지원 활동이 양수겸장으로 한데 잘 모아지도록 하는 것! 거기에 길이 있다. ‘깨어 있는 농민대중의 조직된 힘, 그 역동성’을 신뢰하고 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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