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규제에 축산농민 배려 없다

양돈농장 민가 거리제한 ‘1km’
퇴·액비화기준·무허가축사 문제도 ‘갑갑’

  • 입력 2015.04.17 14:09
  • 수정 2015.04.17 14:1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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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축분뇨 및 환경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축산업 규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가축사육 거리제한, 퇴·액비화기준 및 무허가축사 폐쇄강제조항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됐지만 축산농가 보호책은 제한적이다. 가축분뇨 문제에 있어 농식품부가 환경부에 지나치게 주도권을 내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가축사육 거리제한 개정 권고안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시달했다. 다른 가축은 거리제한이 기존 권고안보다 소폭 완화됐지만 문제는 돼지다. 사육규모에 상관없이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500m로 돼 있던 거리제한이 1,000두 미만은 400m, 1,000~3,000두는 700m, 3,000두 이상은 1km로 강화됐다.

주거밀집지역은 최소단위를 5~10호로 한다. 최근 양돈농장 규모는 대다수가 3,000두를 넘어가기 때문에 1km 기준은 사실상 산지 외에는 신규 양돈농장이 진입할 땅이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강제가 아닌 권고안에 불과한데다 농가 시설과 지형여건에 따라 추가검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놨지만, 현재 다수 지자체에서 환경부 권고안보다 오히려 엄격한 기준의 조례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

가축사육 거리제한은 2011년 10월 정해진 권고안 기준이 과도하다는 생산자 측의 지적에 따라 3년 간의 논의 끝에 환경부와 농식품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번에 다시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돼지의 경우 오히려 기준이 강화됐고 다른 축종 역시 현실적이라 할 만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단독으로 연구를 발주하는 등 농식품부가 축산농가를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못한 모습이다.

대한한돈협회 조진현 부장은 “이전부터 축산단체들이 가축사육 거리제한에 관해 입장표명을 하고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결국 헛수고였다. 농식품부가 함께 자금을 댄 ‘공동연구’임에도 농식품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다시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2개 부처가 ‘협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 환경부의 주도로 이뤄지는 가축분뇨 관련 규제가 축산농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돈사에서 슬러지 형태의 분뇨가 모아져 있는 모습.

가축분뇨 관련 규제의 환경부 주도 양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논란이 돼 왔던 ‘지역단위 양분총량제’ 역시 지난달 초 긍정적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또한 농식품부와의 공동연구이면서 환경부가 단독발주한 연구로, 양분총량제 도입을 적극 주장해 왔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팀이 용역을 맡았다. 양분총량제 도입은 축산농가의 사육규모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소지가 있다.

지난달 25일 환경부 소관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이 개정 시행됨에 따라 생기게 될 규제도 크다. 「비료관리법」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있던 축산농가의 퇴·액비가 당장 구리, 아연, 염분, 함수율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소정의 유예기간을 거쳐 부숙도까지 규제받게 된다. 함께 추진되고 있는 가축분뇨 실태조사가 실행될 경우 축분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다수 축산농가에 퇴·액비 기준을 맞추기 위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정 가축분뇨법에 무허가축사 사용중지 및 폐쇄 강제조항이 포함됐음에도 ▲축사 지붕재료 규제완화 ▲불법축사 이행강제금 경감 등 축산 여·야·정 협의체 합의사항이 아직 반영되지 않아 ‘규제만 있고 대책은 없는’ 상태로 남아있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지붕재료 문제는 이달 말 공포 예정인 가축분뇨법 시행령을 통해 해결되겠지만 이행강제금 경감은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언제쯤 적용될지 기약할 수 없다. 자금지원에 관해서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예산으로 한시적으로라도 무허가축사 가설건축물 등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축산단체들은 지난 14일 각 협회 실무자회의에서 해당 내용들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며, 이달 중 개최 예정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대표자회의에서 본격적인 안건으로 상정, 대응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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