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이동필 장관의 소통(小桶) 행보

  • 입력 2015.04.12 13:32
  • 수정 2015.04.12 13:39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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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민신문 4월 8일 인터넷판에 ‘주목받는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소통행보’라는 기사가 실렸다. 현장을 누비며 농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왔고, 이로 인해 장수 장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장관 행보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분석은 없고, 무조건적 칭송을 위한 기사인 것 같아 씁쓸하다.

소통(疏通)이란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을 말한다. 즉 소통의 핵심은 막혀있는 곳을 뚫는 것에 있으며, 정치에서는 반대세력을 품어 안는 것이 소통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동필 장관의 소통행보는 대화 횟수 면에서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막혀 있는 곳은 더욱 막히게 하고, 쉬운 곳만 찾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즉 소통(小桶)의 행보가 이동필 장관의 전형적 모습이다.

특히 지난 쌀 전면개방 과정에서 편향적 소통이 여실히 드러났다.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을 토론과 여론 수렴과정에서 배제시켜 온 것이다. 오죽했으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농과 토론 좀 하라고 주문했을 정도였다. 정부 방침에 찬성하는 농업단체만 백 번 만난들 그것이 무슨 소통이겠는가?

장관이 그러다보니 밑에 있는 공무원들도 배우는가 보다. 지난 3월 전국쌀생산자협회가 행사를 위해 농촌진흥청 회의장을 임대하려 했으나 담당 국장이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단체에게는 빌려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담당 국장은 정부 방침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은 국민으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사고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이성적 사고는 이동필 장관의 행보와 전혀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동필 장관의 편협된 사고가 만들어낸 조직문화인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생각이 다르더라도 평등하게 존중하는 것이 생명이다. 만약 이것을 포기하면 정치인은 자신을 찍어준 국민만 챙겨주고, 안 찍어준 국민은 탄압하는 이성을 잃어버린 독재자로 변모하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반이성적 정치행태는 대통령-총리-장관-공무원으로 더욱 굳어 가고 있다. 이동필 장관의 ‘달콤한 사람만 골라 만나기’ 행태는 올해도 변하지 않고 있다.

전농은 현재 쌀값 하락과 농산물 가격보장 문제로 장관 면담을 수차례 요구하고 있다. 작년부터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만나기 힘들다는 온갖 핑계만 돌아올 뿐 성사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동필 장관이 소통(小桶)에서 소통(疏通)으로 전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전농과의 대화이다.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장관에게 쓴소리를 하는 단체와 사람을 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막혀있는 것은 피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흐르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동필 장관에게 복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최근 보기 드문 장수 장관이란 점은 동의한다. 단, 소통을 잘해서 장수한다는 것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힘들다.

현재 장관들이 오래가는 이유는 청와대 인사정책의 한계에서 나타나는 블랙코미디이다. 내각(총리, 장관)을 교체할 때마다 파렴치한 인물밖에 없어 국민들은 분개했고, 대통령 지지도는 뚝뚝 떨어진 것이다.

바꾸고 싶어도 바꿀 사람이 없고, 인사청문회는 청와대의 최고의 콤플렉스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안 바꾸는 것이 상책이고, 고로 이동필 장관도 더욱 장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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