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는 재앙, 세계 중소농들 연대해야-세션2

[국제 심포지엄- 세션2]식량주권, 농민의 활동과 연대

  • 입력 2015.04.12 12:35
  • 수정 2015.04.13 09:1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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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세션 2 쌀의 위기

주제발표 / “2017년 쌀전면개방 선고, 죄수의 기분으로 산다”

▲ 라파엘 크리스토프 발라다드 필리핀 파라고스

영세농가들이 무역협상의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생계와 직접 관련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농업국가다. 전체 토지 3,000만ha 중에서 900만ha가 농경지로 사용된다. 농경지 중 435만ha가 쌀농사에 쓰인다. 필리핀은 농업국가지만 현재 쌀이 부족해 수입하고 있다.

필리핀 인구는 1억 명이고 생산되는 쌀은 1,800만톤. 현재 필요로 하는 2,000만톤에 비해 적다. 그래서 쌀을 수입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 됐다.

필리핀 정부는 쌀자급을 위해 2025년까지 80% 증가방안을 계획 중이다.

현재 필리핀 쌀산업은 참담한 수준이다. 2017년 7월 24일 최종 쌀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와 같은 입장이다. 이미 두 차례 특혜 연장을 받고 있는 MMA 쌀 문제가 2017년 완전개방을 앞두고 과연 값싼 수입쌀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가 깊다.

한시적이나마 MMA 쌀의 물량 제한은 필리핀 농가에 굉장히 도움 되는 제도다. 값싼 농산물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은 쌀 수입이 더 싸니까 쌀 생산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농민들은 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경제통합도 큰 위협이다. 자유무역이 하나의 시장과 생산 기반을 확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쌀은 주식이다. 농가 교육을 통해 자급자족의 필요성,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쌀은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필리핀 농민들은 잃어버린 쌀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식량주권 문제도 함께 고민하겠다. 모쪼록 필리핀의 경험이 많은 교훈으로 남길 바란다.

 

 

지정토론 1 / “농지 축소·쌀값 하락 … 농민 감소로 이어져”

▲ 바라미 채야랏 태국 빈민연합

태국도 오랜 세월 쌀 수출국이었다. 태국 농민들은 처음엔 상업적 목적이 아닌 자급용 쌀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태국정부의 정책이 바뀌면서 쌀의 사업화, 수출 장려정책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영세농 보호 정책도 변화를 맞아 수출 중심의 대량생산이 권장됐다. 실제 다양한 정책과 법안들을 통해 인프라에 투자되면서 기업농 대농에게 지원이 집중됐고, 생산력이 높아지자 쌀 가격은 낮아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태국정부는 보조금 정책도 시행했다. 지난 10년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이 지급됐고, 과거 탁신 정부는 추곡수매를 도입했다.

잉락 정부 추곡수매 정책은 시중가 보다 높은 1톤당 460달러로 고정시켜 쌀 가격을 지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나,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쌀은 정치적 작물이다. 가격이 낮으면 태국 정부가 문제에 부딪히고, 잉락 정부처럼 쌀가격을 높이면 이것 역시 정치위기의 원인이 됐다. 결국 중산층이 결집해 정부에 맞섰고, 추곡수매를 부패라고 봤다. 큰 혼란 속에 태국 재정부와 국영은행이 차단되면서, 농민들에게 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2014년 5월 쿠데타로 태국정권은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큰 변화는 추곡수매 폐지다. 그 대신 생산비용을 낮춰 농민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이 맞지 않아 잉락 정부의 정책을 답습했다. 추곡수매와 조금 다른 형태의 ‘비축수매’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대다수 소작농들의 경우 영세농들을 쌀을 비축할 수 있는 창고가 없어 비축에 따른 비용을 융자를 통해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이 기계대신 수작업을 권장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군부에서는 농민들에게 국영은행 저리 융자를 이용하라고 하지만, 결국 농가부채가 늘어가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태국 자국내 쌀가격이 낮아지면서 정부는 쌀 대신 사탕수수 재배를 권장하기도 했다. 인센티브까지 지원했다. 이것이 일반적인 태국의 상황이다.

태국 빈민연합 소속 농민들에게 쌀농사는 직업이 아닌 생활 그 자체다.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쌀을 얻어 생활을 한다. 쌀 농사가 ‘직업’이 되는 순간 식량주권의 개념을 잃게 된다고 본다. 대량 생산, 기계화 의존의 종속이 이어지면서 기업적 체제로 고투입 농사가 되는 것이다.

농민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지 또한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농민들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워크숍을 하고 교육을 진행하며, 우리 스스로 다양한 100여 가지 품종을 보존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태국과 미국의 FTA 반대 투쟁도 벌이고 있다. 다함께 자유무역에 대항하기를 희망한다.

 

 

지정토론 2 / “쌀값 급등해도 무역·도매업자들만 혜택”

▲ 재날 아리핀 후아드 인도네시아농민연맹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3,800백명이며 정부가 주식인 쌀 수요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인도네시아의 쌀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응이 필요하다.

1969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쌀 자급을 달성하기 위해 녹색혁명을 추진해 왔다.

올해 2~3월 쌀값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았다. 쌀 공급체계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무역업자, 도매업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갔다. 쌀 유통구조의 폐해 탓이다.

최소한 인도네시아는 2010년부터 쌀 자급력이 갖춰진 것으로 보이나 쌀이 지속적으로 수입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WTO, FTA 규정에 따라 쌀 시장 개방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쌀이 넘쳐나도 베트남에서 수입을 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인도네시아로 쌀을 수출하는 것이 베트남 농민들에게 도움이 돼냐고 물으니, 수출기업들이 혜택을 입는다고 답했다.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문제가 크다. 인도네시아 농민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3~2014년 10년 사이에 500만 가구가 농업을 그만뒀다. 빈민층 또한 농촌에 많다. 반면 영농기업 수는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농민연맹은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약 920만명에 달하는 농부들에게 토지를 분배하는 방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안중이다. 또 1,000여개 농촌마을에 쌀 종자주권 확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농민은행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모든 노력을 통해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정토론 3 / “TPP 반대는 쌀 전면개방 반대와 같다”

▲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지난해 한국은 주식인 쌀의 관세화 개방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가 서구화 되면서 쌀 소비가 줄었지만, 쌀은 우리가 포기해선 안되는 주식이다. 박근혜정부가 쌀 관세화 개방을 발표하면서,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온 국제기업들에게 개방의 호재를 준 것이다. 비슷한 상황인 필리핀은 협상을 통해 관세화 유예를 얻어낸 것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는 식량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WTO에 관세율 513%를 통보했다. 또 기존 MMA 물량을 그대로 유지하되 국별쿼터 폐지, 밥쌀용쌀 의무수입 삭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호주 베트남 등이 513%의 관세율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올 상반기 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TPP는 더 많은 추가협상이 요구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일 간의 TPP 협상만 봐도 일본이 쌀과 쇠고기를 추가 수입해야 하는 것이 예상되는데, 한국의 513%가 온전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순진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오는 12월 케냐에서 열리는 제10차 WTO 각료회의를 통해 DDA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DDA는 관세 대폭인하, 국내보조금 감축이 핵심내용으로 타결시 한국농업의 개방이 심화되고 식량정책을 펼 수 있는 자율권은 심각히 약화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상반기에는 TPP 가입 반대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지난 쌀 재협상 투쟁에서 얻은 소기의 성과인 TPP 쌀 제외 약속을 실현해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부 압박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정치권에 촉구하면서 국민주권인 식량보전법이 제정되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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