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리농가 곤경에 모는 충북도청 탁상행정

  • 입력 2015.04.12 02:2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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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충북 가축방역협의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근절 대책으로 도내 오리농장에서 출하 시마다 분뇨를 반출하게 하는 결정을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AI근절’ 이라는 목적만을 내세워 현실을 도외시한 대책으로 AI에 전전긍긍하던 오리농가들을 또 한 번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통상 오리농가들은 출하 시마다 깔짚을 갈아주지는 않는다. 왕겨를 깔짚으로 사용하는 농장에서는 출하 후, 입추 전에 기존에 깔아 놓은 왕겨위에 새 왕겨를 보충하며 사용한다. 그리고 톱밥을 사용하는 농장에서는 중간에 뒤집기 작업을 해 가며 1년간 사용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AI바이러스가 분뇨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출하 시마다 분뇨를 반출하라고 결정을 했다니 이는 대표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오리농가가 깔짚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장비임대료, 톱밥 구입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실제 오리 1만수를 사육하는 농가에서는 추가비용이 1년에 3,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아무리 AI근절 대책이 시급하고 중요하다해도 농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현실성 없는 대책일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결정이 된다. 특히 AI 발생 경로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AI에 대한 책임을 농가들에게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관료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기막힌 일은 농가에 큰 부담이 전가되는 이번 결정에 당사자인 농가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충북 가축방역협의회에는 계열업체, 전문가, 담당공무원만 참석하고 농가는 참석은커녕 아예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제고돼야 한다.

도에서 분뇨 반출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 결정은 무력화 될 것이고, 행정에서 강제한다면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오리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할 것이다. 따라서 충북도는 탁상행정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도의 지원으로 도내 전체 오리농장의 분뇨 제거와 깔짚을 일시적으로 교체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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