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쌀생산 농민의 구심점, 전국쌀생산자협회 출범

‘쌀값 보장·생산비 인하’ 목표 전국 조직화 첫발
1,000여 농민 관심과 기대 속에 출범식 치러

  • 입력 2015.04.05 12:45
  • 수정 2015.04.05 20:4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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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 지난달 31일 전북 익산시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전국쌀생산자협회 출범식’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명의 쌀생산 농민들이 협회 지도부와 함께 출범선언문을 채택한 뒤 “밥쌀용 쌀 수입중단, 쌀값 23만원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쌀값만 생각하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한 50년 벼농사만 지었는데. 그저 쌀값 제대로 받고 직불제도 올리고…, 그런 거 해줬음 좋겠다.” _이호원(70) 충남 당진시 당진읍 농민. 

“농사 시작해야 하는데 착찹하다. 200마지기 농사짓던 거 올해 300마지기로 늘려볼까 마음먹다 결국 포기했다. 쌀값이 형편없으니….” _이미경(43) 전남 영광군 법성면 농민.

“지금 농민들 포기는 못하겠으니 그냥 농사짓는 거다. 생산비 생각하면 누가 짓겠나. 쌀값 안정시키고 농자재 값 낮추는 역할, 꼭 필요하다.” _배달승(46) 전남 부안군 보안면 농민.

전국쌀생산자협회 출범식에 참석한 농민들은 쌀값 하락과 치솟는 농자재값으로 올해 농사 시작도 전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한 농민은 “농민 입장을 ‘대변’해 줄 쌀품목단체가 지금까지 있었나? 그저 ‘사변’만 했지”라고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이효신, 쌀생산자협회)가 지난달 31일 전북 익산에서 전국 쌀생산농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식을 열었다. 정부가 내팽개친 양곡정책에 당하고만 있기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효신 초대 회장은 “전국 쌀생산농민들의 권익을 실현하고,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와 잘못된 제도개선을 위해 헌신해 명실상부한 대표조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쌀생산농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정부와 동등한 협상파트너로 대응하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쌀은 국민농업의 핵심이다. 25년 전농의 역사는 쌀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며 “쌀생산자협회 출범 소식은 농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른논에 물들어가는 소리와 같다. 우리쌀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도 “농업예산이 축소되는 등 농업을 살려야 할 정부가 역행하고 있다”며 “농민이 한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반응한다. 국회도 노력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쌀생산자협회는 제주도를 제외한 8개 도본부 체제를 통해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생산비 절감을 위한 농자재 공동구입부터 실행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 끝까지 자리를 지킨 1,000여 농민들은 ‘23만원 쌀값 보장’ ‘밥쌀용 쌀 수입 반대’ 손피켓을 들며 농민들 스스로 쌀농사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쌀관세화 원년에 결성된 쌀생산자협회라는 비애감을 딛고 농민들은 다시 희망을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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