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농업용 물 공급이 좋아지고 있다

  • 입력 2015.04.03 11:34
  • 수정 2016.07.25 21:15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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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모처럼 단비가 한반도를 촉촉하게 적셨다. 그동안 가뭄에 애타던 농심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단비를 반기기는 휴전선 이북의 농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히나 농업용수 공급이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된 상태가 아니라서 가뭄에 대한 그들의 걱정은 더욱 컸을 것이기에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근심도 한결 가벼워졌을 것이다.

1960년대에 정립되어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돼 왔던 북한의 증산정책은 기계화, 과학, 전기화로 집약할 수 있다. 협동농장이라는 사회주의 대농경영을 위해 1958년부터 자체적으로 트랙터를 생산하여 보급할 정도로 농업의 기계화에 역점을 두었다. 그리고 당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녹색혁명(식량증산)의 열풍이 불었던 세계적 조류를 받아들여 종자개발과 화학농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농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전기로 가동하는 펌프로 양수하는 물 공급 체계를 전국적으로 확립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1989〜1991년에 걸친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함께 식량생산을 감소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석유와 같은 산업용 에너지원을 동구 사회주의권과의 무역을 통해 조달했는데, 이들이 붕괴하면서 에너지와 철강재 등 원자재의 수입이 어려워져 내부적으로 원자재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전기와 에너지 그리고 원자재의 공급 부족으로 영농자재 산업부문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노후화된 설비의 교체 및 개선도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됨으로써 농기계, 비료, 농약 등 영농물자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어, 이것이 식량생산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농업용수 공급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농업생산 전반에 걸쳐 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토지면적당 생산성이 크게 낮아졌다. 게다가 1990년대 중반의 홍수로 인해 저수지 제방 둑을 비롯한 상당수의 농업용수 시설이 붕괴되었지만 제때 복구하지 못하면서 농업용수의 공급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전기의 부족과 농업용수 시설의 붕괴 때문에 농사에 필요한 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가뭄으로 생산피해 손실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자체 식량생산을 높이기 위해 농업용 물 공급을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기 사정이 심각하게 어려울 때도 농사철에는 농업용 물 공급에 필요한 전기를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가장 필수적이고 중요한 분야에 최우선으로 공급되는 소위 ‘1호 전기’를 농업용 물 공급에 우선 배정하는 지역도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전기 사정이 호전되면서 농업용 물 공급도 개선되는 추세가 지속됐고, 이 때문에 가뭄피해로 인한 식량생산 피해손실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었다.

한편, 전기에 의존하던 농업용수 공급체계의 문제점도 인식하고,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농업용수 공급체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른바 자연흐름 방식의 공급체계, 즉 높은 곳에 저수지를 만들고 완만한 경사를 이용하여 아래 지역으로 물길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대규모 물길공사를 국가적 사업으로 벌였다. 그 결과 2002년 10월 개천-태청호 물길이 완공돼 평안남도 주요 농업생산 지대에 대한 농업용 물 공급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2005년 10월에는 백마-철산 물길이 완공돼 평안북도 주요 농업지역에 대한 물 공급의 줄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황해도 평야지대에 농업용 물 공급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미루벌 물길공사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전기 사정이 호전되고, 새로운 농업용수 공급체계가 확대되면서 농업용 물 공급이 크게 개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생산량이 500만 톤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자체 식량생산 능력이 높아진 것은 농업용 물 공급 개선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여전히 농업용 물 공급은 아직까지 완전하게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농업용 물 공급의 줄기가 되는 대규모 물길공사 이후에는 지역별 소규모 물길도 전반적으로 보완·정비해야 하는 과제들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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