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도매시장법인, 경쟁도 변화도 없다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독과점
개선의지 부족 … 출하자 관리도 소홀

  • 입력 2015.04.03 11:22
  • 수정 2015.11.08 00:0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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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소수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은 가락시장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제도적 비호 아래 가락시장 전체 물량의 90%가량이 도매법인 경매를 통해 거래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저절로 쥐어진 ‘기득권’은 결과적으로 가락시장 기능에 한계를 부여하고 있다.


‘가만 앉아 돈 버는’ 도매법인

도매법인이나 시장도매인이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도매업을 영위하려면 도매시장 개설자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경매를 수행하는 도매법인의 경우 경매 수를 압축시키고 경락가 편차를 줄이기 위해 지정 대상이 필연적으로 소수에 한하게 된다.

여기에 모든 농산물이 반드시 경매를 거치도록 하는 의무상장제가 적용되면서 도매법인의 독과점은 완벽한 ‘제도적 보호’를 받게 된다. 현재 가락시장에서 비상장이 허용되지 않는 품목만 52가지며 대부분 규모와 수익성이 좋은 ‘알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물량은 꾸준히 들어오고 수수료도 꾸준히 걷힌다. 도매법인은 말 그대로 ‘가만 앉아 돈 버는’ 형상이다.

농산물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농산물 경매제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국제적으로도 경매제는 농산물 유통의 뒤안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제도적으로 상장을 강제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대만 정도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상황은 우리와 다르다. 일본의 경우 도매시장 수가 많아 경쟁과 제도개선 의지 또한 활발하기 때문에 수 차례에 걸친 제도개정으로 사실상 모든 품목에 비상장이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의 경우 공공출자법인이 시장 관리와 운영을 총괄하며 대부분의 수익을 환원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의무상장제는 도매법인의 독과점만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통체계가 생산자가 아닌 도매법인의 잇속만을 보장한다는 것. 신동섭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거래제도상 지자체가 시장을 만들어주고, 회사(농수산식품공사)를 넣어주고, 거래방식마저 하나로 못박는 혜택을 주는 경우는 도매법인이 유일하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시장별로 5년마다 도매법인을 재지정하고 있지만 가락시장 30년 역사상 도매법인이 바뀐 경우는 한 번도 없을 만큼 기준은 보수적이다. 위험요소도, 경쟁요소도 없는 기계적 운영으로 도매시장의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상존하는 셈이다.


도매법인, 공적 기능 아쉬워

가락시장에는 농산물 가격이나 풍흉에 상관없이 꾸준히 물량이 몰린다. 자연히 도매법인은 일정수준의 수익을 유지한다. 2013년 가락시장 5개 청과부류 민간도매법인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46억원을 상회하며 영업이익률은 매년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를 일례로 영업이익률 5% 미만의 업체가 대부분임을 고려하면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하지만 출하자에 대한 지원은 인색한 편이다. 2013년 연간거래금액 대비 출하선도금 지급 수준은 시장도매인 평균이 4.8%인데 반해 중앙도매법인 평균은 1.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일부에선 출하자의 담보 없이는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망품목, 종자 등 시장상황에 따른 출하자에게의 정보제공 역할 역시 시장도매인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내 경쟁요소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공익적 기능 결여와 개선의지 부족은 도매법인의 중대한 문제점으로 꼽히는데, 이는 대자본의 침입으로 더욱 심화된다. 가락시장 6개 청과부류 도매법인 중 4곳이 대기업을 지배주주로 하고 있으며 최근 동부팜청과는 심지어 사모펀드(고수익기업투자펀드)에 매각되기도 했다.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고, 경매사 또한 각 도매법인 소속이라는 점에서 출하자나 농민들로부터 경매 자체의 공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도매법인의 ‘지정제’를 ‘등록제’로 전환해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간헐적으로는 경매사 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도매법인의 기득권 침해와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무산된 바 있다. 결국 경쟁 없는 도매법인의 독과점 체제 하에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가락시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고 이것이 본격적인 논의선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농산물 유통체계는 이를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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