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통구조 개선 안 하면 농가들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 것”

경매제, 농가 불안만 조성 … 생산비 보장 방안 찾아야

  • 입력 2015.04.03 10:05
  • 수정 2015.04.12 21:48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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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전북 고창군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박형상씨는 지난 추석 방울토마토 입찰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방울토마토 5kg이 1,000원으로 올라왔기 때문.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2013년 말부터 토마토 가격은 좋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 상자 당 2,000~5,000원에 꾸준히 가격이 형성돼왔는데 1,000원까지 떨어진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기상 추석 3~4일 전쯤 되면 중도매인들이 판매 물량을 이미 확보한 뒤기 때문에 어느 농산물이든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 그래도 1,000원은 생산비도 보장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농민이 추석이라고 토마토를 안 따냐, 익으면 따야지. 공판장 입찰하는 마지막 날은 무조건 출하를 시켜야 해요. 중요한 건 아무리 그래도 농민들한테 1,000원에 사가면 상인들은 2,000, 3,000원에 팔겠냐고요. 더 붙여서 팔지.”

그는 곧 출하를 포기하고 직거래를 선택했다.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에 문의해 본 결과, 한 박스 당 1만5,000원에 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총 50상자 중 15상자를 농협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추석을 맞아 지인들에게 선물로 돌렸다.

그는 1만5,000원도 많이 남지도 않고,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토마토에 드는 기본적인 생산비는 얼마일까.

우선 종자 값, 비료·농약 등 각종 농자재비, 모종 관리비, 모종을 심는 인건비 등이 들어간다. 토마토는 1년에 2기작을 하기 때문에 모든 비용이 2배로 들어간다. 10도 이상 적정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토마토는 11월부터 5월까지 계속해서 난방비가 들어간다. 박씨는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1,000평을 기준으로 총 생산비는 약 5,0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1,000평에서 토마토 30톤을 수확한다면, kg당 3,000원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9,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 그런데 kg당 1,000원일 경우, 30톤을 수확해도 3,000만원 매출밖에 못 낸다. 이는 생산비 5,000만원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수치다.

결국 매일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경매가격은 생산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수 없다. 농가들 입장에선 생산비가 보장되는 유통구조가 절실하다.

박씨도 “내년에도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게 최소한 생산비는 보장해줄 수 있는 경매 입찰 가격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는 중도매인들이 농산물 생산 구조와 유통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중도매인들은 농가 생산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몰라요. 농산물을 포장된 상품으로만 보지. 자식보다 귀하게 키운 농작물을 발로 툭툭 차고 하찮게 대하면 속이 상하죠.”

박씨는 농민들이 가격결정도 할 수 없는 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날 가격이 잘 나오면 기분이 좋아요. 일할 맛도 나고. 근데 다음날 절대 그 가격을 못 받아요. 청과에서 ‘가격이 잘 나오니까 많이 보내세요’하고 유도를 해요. 많이 보내면 그때부터 사정없이 가격을 떨어뜨려요. 자기들은 싸게 사야 돈을 버니까.”

박씨가 25년 전 토마토 농사를 지을 당시만 해도 토마토 한 짝은 최고 10만원까지도 거래가 됐다. “농자재비는 오를 대로 오르고, 유통구조는 바뀌지 않고, FTA체결로 시장개방해서 수입농산물에 치이고. 그러니 토마토 가격이 상자당 1,000원이 나올 수밖에요.”

그는 지금 유통구조 개선이 없으면 농민들을 빚더미에 앉히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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