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떨어져도 어쩔 방도가 없다” 생산자 권리는 어디에?

가격변동성 큰 경매제, 안정적 소득·생산 보장 못해

  • 입력 2015.04.03 09:59
  • 수정 2015.04.05 23:30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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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된 가격에 꾸준히 거래하기를 바라는 농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경매제는 가격변동성이 커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사진은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경매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가락시장 경매제가 가격변동성이 심해 출하자의 안정적인 소득과 생산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경매제는 산지로부터 출하된 농산물이 도매시장 경매장에 모이면, 법인에 소속된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통해 가격입찰 경쟁을 벌여 농산물을 낙찰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결정되면 생산자에게 낙찰가 정보가 바로 전달된다.

그러나 경매제는 가격변동성이 커 농산물의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단기수급방식으로 공급되는 농산물은 매일 공급물량과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안정된 가격으로 꾸준히 거래하기를 원하지만, 가격이 오늘과 내일이 달라 안정적인 출하를 기대하기 곤란한 입장이다. 때문에 농가소득이 불안정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가격 탓에 그날 가격에 의존하는 농민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농산물을 팔 수밖에 없다.

토마토를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한 농가는 “매일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지만 어쩔 방도가 없다. 그날 못 팔아도 다음 날 재경매를 하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전했다.

출하자가 농산물을 재경매에 부쳐도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는 농산물의 신선도가 한 몫 하고 있다. 채소, 과일은 신선도가 생명인 만큼, 다음날 들어온 농산물과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경매제는 출하자 측이 가격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폐해를 지니고 있다. 정해진 경매가에 순응하지 않으면, 재경매에서 절대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농가들의 인식이다.

풋호박 주산지인 경기도 이천시 풋호박은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상자 값도 안 나올 정도로 곤두박질친 적이 있다. 생산자들은 다음 날 재경매에 부쳐봤지만, 더 나은 가격을 받기는 불가능했다.

경매를 포기하고 풋호박을 가지고 오는 운임비가 경매가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농민들은 생산비에 못 미치더라도 터무니없는 입찰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산지유통인 등이 경매제를 이용해 투기적 행위를 일삼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매 가격이 당일 수급상황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산지유통인들이 출하량을 조절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다.

농가는 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실정이다. 한 딸기 농가는 “중도매인들이 입찰을 할 때 부르는 게 가격이다. 농가들은 중도매인들이 가격 담합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알면서도 당한다”며 농가들이 가격 결정에 주체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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