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한 만큼의 대가는 보장돼야

  • 입력 2015.03.29 10:26
  • 수정 2015.03.29 10:50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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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나주 영농발대식에서 한 해 풍년 농사를 기원하면서 농민들이 외친 구호 중 하나는 ‘농산물 가격 보장’이었다. 반면 ‘최저보장가격’은 농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듯 했다. 영농발대식 행사 중 몇 번 듣기 힘들었던 것이 이 단어였다.

용어 자체가 생소한 이유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이 제도를 생산자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의 의미는 좋을지 몰라도 정작 이를 실행하는 정부가 의미 있게 보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요 농산물 계약재배 비율이 15%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가격을 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가가 적기 때문에 최저가격을 올려도 전체 농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것이다.

또 최저가격을 생산비 수준으로 올릴 수 없는 것은, 생산비는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 하에 특정 작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 수급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사가 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농산물 가격이 매년 춤을 추고,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 힘든 환경 때문이다. 즉, 일한 만큼 대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일한 만큼의 생산비가 보장된다면 오히려 농민들은 쉽사리 작목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양파 가격이 안 좋아 마늘로 쏠리고, 건고추 가격이 폭락해 김장배추로 쏠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최저가격 현실화는 작목 쏠림 방지와 동시에 계약재배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는 계약재배 비율이 15%를 넘지 못하는데 최저가격을 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역으로 최저가격을 생산비 수준으로 올리면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는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최저가격을 동결했다. 지난해 유례없는 농산물 가격 폭락 사태 이후 내놓은 결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저가격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다른 제도로 농가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제도에 의미가 없다면 왜 의미가 없는지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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