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원유과잉 … 낙농업계 한숨

생산량 지난해보다 소폭 웃돌아
낙농진흥회 착유우 도태 추진

  • 입력 2015.03.21 23:16
  • 수정 2015.03.21 23: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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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부터 불거진 원유 과잉사태가 올해 초까지 호전되지 못하고 낙농업계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수많은 노력에도 뚜렷한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낙농진흥회(회장 이근성)가 착유우 도태를 결정하는 등 수급조절을 위한 안간힘이 계속되고 있다.

2년 연속 따뜻한 겨울날씨가 이어지면서 원유 생산량이 좀체 줄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2월까지 전국 일평균 원유생산량은 6,063톤. 월별 증가 추세가 무뎌져 3월부터는 지난해 생산량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까진 지난해 생산량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3년 생산량에 비해서는 여전히 400톤가량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1일 1,154톤의 잉여분이 발생하고 있다.

▲ 생산증가와 소비감소가 맞물린 원유과잉 사태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착유우 도태, 정상원유가 지불정지선 하향조정 등 각 집유주체별로 낙농가 생산감축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우유를 착유하고 있는 경기 안성의 한 농민.

원유생산을 줄이기 위한 각 집유업체별 노력의 성과도 제한적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조합장 송용헌)이 지난해 말부터 5,400여두의 착유우를 도축키로 했지만 3개월째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진행률이 50%가 채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법적공방 위기까지 불거지며 농가와 갈등을 빚었던 낙농진흥회의 정상원유가 지불정지선 하향조정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 낭보가 들려오는 해외시장 공략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서울우유와 ㈜빙그레(사장 이건영)의 유제품이 할랄인증을 받아 이슬람시장 공략이 기대된다지만 정작 해당 업체에선 “할랄식품은 국가별로 인증기준이 다르고 복잡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는 시일이 걸린다”고 손사래를 친다.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는 중국 흰우유 수출재개도 실상은 아직 구체적인 기약이 없다.

그나마 개학으로 인해 학교 우유급식이 재개된 것이 호재라면 호재랄 수 있다. 다만 시중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학교 무상우유급식 단가를 또다시 반토막낼 정도로 덤핑입찰이 성행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저급우유’ 인식 문제가 또 다른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원유과잉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낙농진흥회는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서울우유에 이어 착유우 도태를 결정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정상원유가 지불정지선 하향만으론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데 공감했다. 착유우 도태가 이뤄진다면 원유 수급안정을 조기에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원유생산 규모에 따라 농가당 최대 5두씩 총 3,633두의 도축을 실시하고 두당 20만원의 도태지원금을 지급하며, 정확한 시행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계속된 원유 과잉사태에 낙농업계 관계자들은 “도무지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힘든 상황 속에 집유주체의 고육책과 농가의 희생만이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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