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요리, 하시겠습니까?

  • 입력 2015.03.15 12:18
  • 수정 2015.03.15 12:26
  • 기자명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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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정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

‘차줌마’. 차승원과 아줌마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이미 중년을 훌쩍 넘어선 차승원의 인기가 고공행진중이다. 공중파도 아니고 케이블TV에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이미 14%가 넘는 시청률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위력을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단순하다. 전라도의 외진 섬에 가서 세끼 밥을 해 먹는 일이다. 식재료를 동원하는 과정부터 요리 과정까지 보여주는 이 예능에 왜 이토록 열광 하는 것일까.

차승원의 탁월한 요리 실력은 화제의 중심이 되면서 인기의 핵심을 차지한다. 옆에서 요리 지도를 해주는 보조 인력이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주부 15년차인 필자가 보기에 차승원은 요리에 매우 능숙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요리를 한다고 나설 때 결국 말리는 이유가 뭔가? 양념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더 귀찮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과물 자체도 신통치 않은데 잔치를 치른 것처럼 어질러진 부엌을 보고 있으면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라고 후회를 하곤 하는 것이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셰프’라 칭해지며 몇몇 인기 남성 요리사들의 열풍도 만만치 않다. 준수한 외모와 예능감으로 그들은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현상을 ‘요섹남 열풍’, 요리 하는 섹시한 남자 열풍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필자가 눈여겨보는 것은 동반 출연 중인 유해진의 지루함이다. 그의 캐릭터는 집밖에서 핵심 식재료인 물고기(단백질)를 구해 오는 가부장 콘셉트이다. 유해진은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손호준은 설거지와 식재료 손질, 그리고 불 지피기의 역할이 주어진다. ‘셰프급’의 역할을 하는 차승원을 보조하고 요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허드렛일을 유해진과 손호준이 담당하면서 요리의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셈이다. 요리는 칼질을 하고 볶고, 튀기고, 무치는 과정만이 아니다. 칼과 불을 다룬다는 것은 이미 화려한 볼거리이고 최첨단 카메라는 그 순간을 훔쳐 낸다. 하지만 텃밭의 배추와 파가 없었다면, 즉 텃밭을 갈무리한 ‘그 누군가’가 없었다면, 통발과 낚싯대로 생선을 잡지 못했다면, 식재료를 씻어 다듬고 설거지로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차승원의 요리는 가능했을까? 그나마 다른 먹방과 차이가 있다면 그 과정을 어느 정도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고 있어서다.

실제로 초보 요리사들은 설거지와 식재료 손질로 긴 시간을 보낸다. 불과 칼을 쥘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차승원의 요리,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요리는 응축된 사회관계다. 허나 설거지나 하는 재미없는 관계의 여정을 ‘쇼’에선 보여주지 않는다. 하긴 생활의 민낯을 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만은. 맛집 소개와 요리 경연쇼에 눈을 박고 입에는 배달 치킨을 넣는 것이 우리의 생활이지는 않은지.

차승원 덕분에 홍합 짬뽕과 빵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런데 씽크대에 널브러진 홍합 껍데기와 풀풀 날리는 밀가루는 잘 치우셨는지? 쇼가 아닌 생활을 발견한다는 것은 본래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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