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드디어 ISD

  • 입력 2015.03.08 12:09
  • 수정 2015.03.08 12:19
  • 기자명 이해영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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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영 한신대 교수

마침내 올 5월 론스타와 한국정부간 투자자 정부 중재재판이 열린다. 곧 Investor - State- Dispute, 줄여 ISD라 불리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ISDS 곧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 해결(Settlement)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ISD로 관행화됐다.

그래서 ISD란 것은 투자자, 곧 돈을 가진 자가 다른 나라에 투자해서 문제가 생기면 그 나라 법정을 거치지 않고 해당 국가를 관련 국제기구에 직접 제소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인권 등 예외를 제외하고 타국 국민이 상대국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란 미명하에 돈 곧 사익을 추구하는 자본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공익을 대변하는 국가와 동급이 되는 것이다.

론스타는 투기자본의 대명사다. 이 론스타가 2012년 한국정부를 상대로 이른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약 4조7,000억원가량의 소송을 제기해 이제 심리가 개시되는 것이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이름이야 그럴 듯 하지만 실은 세계은행의 지휘, 감독을 받는 산하기구에 불과하다. 즉 공익을 위한 기구라기보다 어디까지나 투자자, 즉 가진 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만에 하나 우리가 패소한다면 혈세로 약 5조원을 물어 줘야 한다. 이 돈은 전국의 대학생 등록금 총액의 절반에 가깝다.

이번 재판의 ‘준거법’은 한-벨기에 양자간투자협정(BIT)이다. 즉 한국정부가 한-벨기에 BIT상 관련 조항을 위반했는가 여부가 관건이지, 우리 국내법 규정은 적용되지 않거나 만에 하나 적용되더라도 부차적일 뿐이다. 론스타측은 한국 정부가 공정공평대우, 차별금지, 내국민대우, 자유송금보장, 수용금지 등 총 5개의 협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론스타 사건이 앞으로 미칠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정부측도 범정부 대책기구를 만들어 극비리에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 FTA를 비롯 대다수 FTA의 최대 쟁점이 ISD인만큼 만에 하나 패소할 경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올 것이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측이 평소 ISD의 필요성을 강변하며, 우리가 체결하는 모든 FTA에 높은 수준의 ISD조항을 삽입해 온 만큼 상대국 기업에 의한 남소 가능성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 재판에서 우리 측의 승소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진 않는다. 우리 측이 내세울 가장 위력적인 대응 논리가 론스타측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국내실정법을 위반했다 정도일 텐데, 준거법인 한-벨기에 BIT에는 투자 적법성 규정이 없다. 반면 론스타가 주장하는 위 5개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만에 하나 합의 종결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또한 사실상 패소를 의미한다. 재판은 철저히 비공개이고, 기록 또한 공개되지 않는다. 우린 그저 입 다물고 돈만 물어줘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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